박성현(오른쪽)이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인근 메달리스트 골프장에서 후원사인 테일러메이드의 주선으로 자신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미국)와 만나 얘기하고 있다. 박성현은 이날 새 후원사인 필리핀 솔레어 리조트앤드카지노의 로고가 달린 모자와 상의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테일러메이드  제공
박성현(오른쪽)이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인근 메달리스트 골프장에서 후원사인 테일러메이드의 주선으로 자신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미국)와 만나 얘기하고 있다. 박성현은 이날 새 후원사인 필리핀 솔레어 리조트앤드카지노의 로고가 달린 모자와 상의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테일러메이드 제공
“보자마자 울컥했다.”(박성현)

“(누군가의 우상이 되는 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은 게 실감이 난다(웃음).”(타이거 우즈)

‘남달라’ 박성현(26)이 두 개의 대박을 터뜨렸다. 꿈 같은 일 두 개가 모두 하루 동안 현실이 됐다. 한국여자골프 역대 최대 규모 후원 계약서에 사인한 사실을 알린 날, 자신의 우상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함께 광고 촬영까지 했다. 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인근 메달리스트 골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박성현은 이날 같은 클럽을 쓰는 우즈와 테일러메이드 골프클럽 광고를 찍었다. 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은 2017년부터 테일러메이드 클럽을 사용해왔고, 나이키를 쓰던 우즈도 2017년 투어 복귀와 함께 테일러메이드로 클럽을 교체했다.

박성현 ‘몰래’ 성사된 우즈와의 만남

“타이거 우즈를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는 박성현의 말처럼 둘의 만남은 극비로 이뤄졌다. 테일러메이드가 박성현이 우즈를 우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둘의 만남을 박성현 ‘몰래’ 주선했다.

박성현은 그동안 우즈의 팬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우즈가 지난해 9월 PGA투어 통산 80승째를 차지했을 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축하메시지를 올렸다. 1년 내내 빈틈 없는 우즈의 일정 때문에 ‘세기의 만남’이 불발될 뻔했지만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우즈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박성현은 “현실같지 않다”며 감격해했다는 게 테일러메이드 측의 전언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박성현은 “골프를 처음 할 때부터 좋아하던 선수와 한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우즈가 80승을 했을 때 경기를 보고 있었고, 언젠가 다시 우승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기가 빨리와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승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모습이 떠올랐다. (우즈를 보고) 항상 노력하는 자세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말했다.

‘팬심’ 가득한 박성현의 말에 우즈도 “많은 스윙을 봐 왔지만 (박성현의 스윙은) 임팩트가 상당하다”며 “항상 스위트 스폿을 노렸고, 드라이버 샷이 똑같았다. 앞날이 창창해 보인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나는) 나이가 들어 임팩트가 20년 전과 같지 않다”며 “올해 갈아탄 ‘M5’드라이버 덕에 비거리를 보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광고촬영과 대화 내내 미소를 숨기지 못한 박성현은 우상과 같은 브랜드 클럽을 사용한다는 사실에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박성현은 “초등학교 때 우즈를 보면서 동시대에 우즈와 함께 경기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며 “말도 안 되는 상황이고 같은 브랜드의 클럽을 사용하는 사실만으로 영광스럽다. 자부심이 생긴다”고 했다. 또 “평생 최고의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성현, 박세리 기록 넘는 후원 계약

'우상' 우즈 만난 박성현…"골프인생 최고의 기억으로 남을 것"
박성현은 같은 날 필리핀 리조트 회사와 역대 한국여자골프 최고 규모의 후원 계약에 사인한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박성현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세마스포츠마케팅은 이날 “박성현 프로가 국내 여자골프 역사상 최고의 조건으로 솔레어 리조트앤드카지노와 2020년까지 2년간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골프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박성현의 이번 계약 규모는 박세리(42)가 2002년 CJ와 맺은 금액을 넘어서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박세리는 CJ와 5년간 최대 150억원(연 30억원)의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까지 깨지지 않은 한국여자골프 역대 최대 규모 후원 계약이다. 박성현은 메이저 우승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30억원이 넘는 금액을 손에 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파격 대우의 배경에는 필리핀의 억만장자로 알려진 엔리케 K 라존 회장이 있다. 라존 회장은 박성현의 ‘광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현의 새 후원사인 솔레어 리조트앤드카지노는 라존 회장의 수레스트프로퍼티 자회사 브룸베리 리조트&호텔이 소유하고 있다. 라존 회장은 현재 인천 중구 무의도에 약 15억달러를 투자하는 '무의 솔레어 해양 복합리조트' 조성을 추진 중이다.

박성현 측은 오는 14일 조인식을 열고 이번 계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릴 예정이다. 박성현은 2017년부터 2년간 KEB하나은행 로고를 모자에 달고 뛰어왔다. 당시 박성현의 계약 규모는 연 보장액 10억원에 옵션이 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