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나트랑에 있는 다이아몬드베이 골프코스. /나비투어 제공
베트남 나트랑에 있는 다이아몬드베이 골프코스. /나비투어 제공
3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겨우내 친구들과 짝을 이뤄 따뜻한 곳을 찾아 골프 여행을 떠나는 ‘철새 골퍼’다. 최근 목적지를 베트남으로 변경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볼거리가 많은 태국을 선호하던 그였지만 최근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 돌풍’을 보면서 마음을 바꿨다.

아시아 개척 ‘베이스캠프’로 삼는다

베트남 가는 K골프…"박항서 효과 누려!"
‘박항서 효과’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의 골프 교류가 한층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베트남프로골프협회(VPGA)에 따르면 베트남 골프 인구는 지난 5년 동안 1만 명에서 약 3만 명으로 급증했다. 향후 5년간 90개의 골프장이 건설될 예정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VPGA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프로골프 대회를 여는 등 한국 골프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다. 특히 ‘라이벌’인 태국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슈퍼스타’인 에리야 쭈타누깐 등을 배출하면서 위기의식을 느껴 ‘K골프’로 선진 골프를 들여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골프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꿰뚫어본 국내 시뮬레이션 골프 제조업체 골프존은 지난 4월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만 5개 직영점을 출점했고 앞으로 사업 규모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도 베트남 골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8시즌에 처음으로 2개 대회(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효성 챔피언십)를 열었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다수의 골프 아카데미와 티칭 프로들이 베트남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미 베트남으로 떠난 프로도 몇몇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정골퍼들, ‘박항서 효과’ 누린다

겨울철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원정골프족(族)도 최근 ‘박항세오 돌풍’에 따라 베트남을 선호하고 있다. 24일 해외 골프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나비투어와 하나투어, 엑스골프(XGOLF) 등에 따르면 베트남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 보다 20만원 이상 비싸지만 최근 골프여행 선호도 1위에 올랐다.

나비투어가 판매하는 3박5일 일정의 베트남 ‘다낭VIP특급 3색 골프’ 패키지 가격은 79만원부터다. 같은 3박5일 일정의 태국 ‘VIP방콕시티 특급 3색’ 상품은 59만원, 필리핀 ‘환상의 섬 세부 2색 골프’는 39만원이 시작가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관광자원이 많은 태국은 지금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이 열린 11월 초부터 베트남 패키지 관련 문의가 폭증했다. 나비투어는 11월까지 전체 예약률의 14.3%에 불과하던 베트남 예약률이 12월 22.4%로 증가하며 태국을 넘어섰다. 하나투어는 지난해까지 베트남 대 태국 예약률이 비슷했으나 올 하반기부터 베트남 예약률이 태국 대비 30% 가까이 앞섰다고 전했다.

최원섭 나비투어 홍보이사는 “12월 이후 콜센터에 문의하는 전화는 대부분 베트남 패키지 상품과 관련된 것”이라며 “베트남 골프장 시설이 전체적으로 깨끗함에도 고객들은 가격 차이 때문에 꺼리는 경향이 있었으나 박항서 감독의 성공 이후 돈을 더 주고라도 베트남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또 “베트남 내 ‘친한(親韓)’ 분위기를 염두에 둬 현지 여행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도 “베트남을 여행지로 선호하는 소비자가 올해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