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골프 굴기’가 마침내 미국프로골프(PGA)투어까지 다다른 모양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이자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가 중국 자본이 투입된 골프클럽 브랜드 혼마와 클럽 사용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8일 미국 골프채널에 따르면 로즈는 1998년부터 20년간 써온 테일러메이드와 결별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로즈는 내년부터 혼마 클럽을 사용할 계획이다.

혼마와 로즈의 만남은 중국이 골프 선수뿐 아니라 용품사업에서 공격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로즈가 반평생 사용해온 클럽을 내려놓고 북미 시장에선 생소한 혼마를 선택한 데는 상상 이상의 계약금이 오갔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혼마는 그동안 아시아 시장 판매에 주력해온 브랜드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는 이보미(30),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박결(22)이 혼마의 대표 선수다.

글로벌 마케팅 공세 나선 중국의 '골프굴기'
혼마는 한때 일본의 대표적 골프 브랜드로 통했으나 2010년 중국 자본이 주축인 컨소시엄 마리온홀딩스 등에 인수됐다. 이후 중국 소형가전업체 번텅(奔騰·영어명 POVOS)의 류젠궈 회장이 회사 지분 100%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혼마의 주요 시장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이었으나 수년 전부터 중국인 수뇌부가 기업 경영에 적극 개입하면서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일본어가 필수이던 기업 내 문화도 영어로 대체됐다. 이번 로즈와의 계약은 제자리걸음이던 북미 시장 진출의 새 활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골프에 사치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하면서도 학생들의 골프 유학과 프로선수의 해외 투어 진출을 장려하고 기업을 지원해주는 ‘이중 정책’을 펼쳐왔다. 현재 중국에서 골프를 배우는 주니어 골퍼만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골프 선진국인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는 중국 아마추어 선수가 넘쳐나 한국 선수들의 위상까지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또 제2의 펑산산을 배출하고자 한국 코치진을 영입하며 골프 강국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8월 아마추어만 참가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12개의 메달 중 4개(은2·동2)를 휩쓸며 메달 수에서 한국(은2·동1)을 추월하는 등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