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거기에….”

‘골프여제’ 박인비(30·사진)가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하루를 보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2억원)에서다.

박인비, 롤러코스터 탄 하루 "하필 스프링클러가 거기에…"
박인비는 18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골프클럽(파72·6660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첫 번째 홀(파5)을 보기로 출발했다. 잘 친 세 번째 샷이 그린 주변 스프링클러에 맞고 그린을 훌쩍 뛰어넘으면서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네 번째 샷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지만 파 퍼트가 홀을 비껴갔다. 초반 분위기가 흐트러진 탓인지 박인비는 이후 어수선한 성적표를 적기 시작했다. 두 번째 홀(파4)에서도 짧은 파 퍼트를 놓쳐 연속 보기를 하더니 곧이어 버디, 보기, 더블보기 등을 줄줄이 적어 냈다.

더블보기가 나온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7번홀(파3)에서 곧바로 버디를 잡아내며 샷감을 추스른 뒤 9번홀(파4)부터 11번홀(파4)까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7개홀 동안 5타를 줄였다. 박인비는 17번홀(파4)에서 1m도 안 되는 파 퍼트를 놓쳐 다시 1타를 내줬다. 하지만 3오버파 공동 58위까지 밀렸던 성적은 1언더파 공동 14위로 수직 상승해 선두 경쟁의 여지를 남겼다. 이날 나란히 5언더파를 적어 낸 공동 선두 박민지, 이정은과는 4타 차다.

박인비는 지난 5월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을 제패해 국내 투어 무승 징크스를 시원하게 떨쳐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있다. 스폰서 대회 준우승 징크스다. 올해까지 이 대회에 다섯 번 출전한 박인비는 그동안 준우승만 세 번 했을 뿐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인비는 8개국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인 UL인터내셔널 크라운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거르며 한 달여를 이 대회 준비에 쏟았다.

박인비의 스프링클러 불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9월 LPGA투어 에비앙챔피언십 3라운드 4번홀(파4)에서도 스프링클러에 맞은 공이 그린을 넘어가는 바람에 보기를 적어 냈다. 당시 15번홀(파5)에서는 티샷이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황당한 사고로 샷이 흔들리면서 더블보기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인지(24)는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내주고 버디 3개를 잡아 공동 21위(이븐파)에 올랐다. 전인지는 후원사 주최인 이번 대회에서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