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티 카메론) 퍼터로 수억 번의 퍼트를 했으니까요. 제 몸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매우 익숙한 느낌이죠.”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이키, 그리고 타이틀리스트사의 퍼터 브랜드 ‘스카티 카메론’이다.

우즈가 나이키와 골프용품 계약을 맺었을 때 마지막까지 선뜻 놓아주지 못한 클럽이 스카티 카메론 퍼터였다. 1999년 AT&T 바이런넬슨 대회 때부터 스카티 카메론사 뉴포트 2GSS 제품을 써온 우즈는 메이저대회 14승 중 1997년 마스터스를 제외한 13승을 이 모델과 함께했다.

우즈의 남다른 스카티 카메론 사랑

2010년 디오픈(브리티시오픈)에 참가한 우즈가 용품 계약을 한 나이키사의 ‘메소드 001’ 퍼터를 들고나왔다가 3라운드까지 퍼트 수가 100개에 육박하자 4라운드 때 스카티 카메론으로 바꿔 들고나온 일화는 유명하다. 우즈는 4라운드에서 28개의 퍼트 수를 기록했다.

우즈는 나이키 퍼터를 자신이 쓰던 스카티 카메론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스카티 카메론 퍼터를 좋아했다. 일각에선 우즈가 나이키와 용품 계약을 맺을 때 ‘나이키 퍼터가 스카티 카메론사 퍼터와 성능이 비슷해지기 전까진 클럽을 교체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나이키 퍼터가 스카티 카메론의 퍼터와 매우 비슷해지자 그는 2011년부터 자신의 백에 나이키 로고를 단 퍼터를 넣고 다니기 시작했지만 이후 메이저대회 우승은 나오지 않았다.

오랜 허리 부상을 딛고 복귀한 우즈는 나이키가 용품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클럽 선택에서 자유로워졌다. 드라이버와 아이언은 테일러메이드로 결정했으나 퍼터를 놓곤 장고를 거듭했다. 그는 지난 6월 퀴큰론스내셔널에서 말렛형(클럽 헤드 뒤가 길게 튀어나온 퍼터)인 테일러메이드 TP아드모어 3를 들었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후 블레이드형인 테일러메이드 ‘블랙 코퍼 주노’를 시도했으나 여전히 옛 ‘손맛’을 느낄 수 없었다.

우즈, 스카티 카메론 다시 잡고 8언더파

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애러니밍크GC(파70·7190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3차전 BMW챔피언십(총상금 900만달러). 우즈는 연습라운드 때부터 만지작거리던 스카티 카메론의 ‘뉴포트 2’를 들고나왔다. 그리고 ‘옛 친구’는 믿음에 보답했다. 우즈는 이날 대회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7개, 보기 1개로 8언더파 62타를 적어냈고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공동 선두로 대회를 시작했다. 퍼팅 이득타수(SG)에선 2.215타를 기록해 전체 참가자 중 6위를 기록했다.

8언더파 62타는 우즈가 1999년 바이런넬슨클래식 1라운드에서 기록한 61타 이후 PGA투어 대회 1라운드에서 적어낸 가장 낮은 타수다. 이로써 우즈는 자신의 PGA투어 통산 80승에 도전할 기회를 맞이했다. 경기 후 우즈는 “잠시 나이키 퍼터를 쓸 때도 언제든 그것(스카티 카메론)을 다시 꺼내 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특유의 ‘나이키 미소’를 띠며 말했다.

PGA 플레이오프 최종전에 진출하기 위해 이번 대회 상위권 성적이 필요한 안병훈(27)은 5언더파 65타 공동 8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페덱스컵 랭킹 53위에 있는 김시우(23)는 1오버파 71타 공동 57위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