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25)의 2주 연속 대회 우승이 무산됐다. 생애 첫 타이틀 방어에도 실패했다.

박성현은 27일(한국시간) 캐나다 사스캐치완주 레지나의 와스카나 컨트리클럽(파72·667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P여자오픈(총상금 225만달러) 최종일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박성현은 공동 8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우승컵은 최종일 7타를 덜어내 합계 21언더파를 적어낸 브룩 헨더슨(캐나다)이 차지했다. 박성현과는 8타 차가 났다. 헨더슨은 1973년 대회 초대 챔피언 조슬린 부라사 이후 45년만에 캐나다인 챔피언이 됐다.

중국계 미국인인 엔젤 인이 17언더파 2위,재미동포 제니퍼 송(송민영)이 15언더파 3위에 올랐다. 양희영이 이민지,오수현 등 호주동포 선수들과 함께 14언더파 공동 4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헨더슨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3라운드 63타를 치는 등 막판 뒷심을 끌어 올리며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마지막날 7언더파를 몰아친 박성현의 기세에 밀려 공동 1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그가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인 CP여자오픈 대회에서 지난해 대회에서의 아쉬움을 털고 어린 시절의 꿈을 이뤘다. 시즌 2승,통산 7승째다. 헨더슨은 캐나다 선수의 프로 투어 개인 통산 최다승(8승) 기록에도 1승 차로 다가갔다.

헨더슨은 버디 9개를 잡아낸 반면 보기는 2개만 내주는 등 최종일 무서운 기세로 타수를 줄인 끝에 캐나다 여자 골프의 새 역사를 썼다. 특히 박성현과 엔젤 인 등 경쟁자들의 추격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한 후반 12번부터 15번홀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등 막판 집중력이 두드러졌다. 결국 이 버디쇼가 우승의 가장 큰 워동력이 됐다. 캐나다가 배출한 대표적인 골프 천재인 헨더슨은 경기내내 갤러리의 열광적인 응원을 받았다.

반면 지난주 인디위민인테크챔피언십에서 LPGA 통산 5승,시즌 3승을 거머쥔 박성현은 2주연속 역전우승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승 직후 출전한 대회에서 커트 탈락한 이번 시즌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끊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박성현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랭킹 1위 수성과 대회 타이틀 방어를 목표로 뛰었다. 국내 투어(KLPGA) 10승, LPGA투어 5승을 기록 중인 박성현은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적이 없다. 이번 대회는 세계랭킹 1위의 지위로 처음 나선 타이틀 방어였다.

박성현에게 지난 주 세계랭킹 1위를 내준 에리야 쭈타누깐은 11언더파 공동 16위에 머물렀다. 이에따라 세계랭킹 순위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쭈타누깐은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0.05점차로 박성현을 뒤쫓고 있다.

한편 LPGA 중계방송사인 JTBC골프는 당초 이날 새벽 1시30분경 CP여자오픈 대회 최종일 경기를 생방송으로 중계하기로 했다가 새벽 5시 순차녹화 위성방송으로 일정을 돌연 바꿔 새벽부터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일찍 기상했던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