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한국시간) 비바람 없는 평범한 날씨 속에서 치러진 브리티시 여자오픈의 우승 향방은 벙커가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장인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주 리덤 세인트 앤스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 링크스(파72·6585야드)에는 174개의 항아리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다. 웬만한 골프장의 두 배쯤 되는 규모다. 2006년 보수 공사 전에는 이보다 38개가 많았다. 일본의 히가 마미코는 이날 경기 중 회심의 벙커샷이 다시 옆 벙커로 들어가는 웃지 못할 상황에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우승을 차지한 조지아 홀(잉글랜드)은 항아리 벙커와 가장 잘 싸운 선수였다. 그는 나흘간 7번이나 공을 빠뜨렸지만 모두 파 세이브에 성공해 역전 우승까지 차지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태국의 폰아농 펫람(볼빅)은 5개 중에 4개를 파로 막으며 80%의 높은 파세이브율을 선보였지만 한 번의 실수가 뼈아팠다. 그는 이날 17번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고 결국 이 홀에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며 역전을 허용했다. 그는 18번홀에서도 그린 옆 벙커에 공을 집어넣어 홀의 편안한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한국 선수들도 항아리 벙커의 매서운 맛을 봤다. 유소연(사진)이 이날 버디를 7개나 잡고도 2언더파를 적어내게 한 것도 항아리 벙커였다. 유소연은 3번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렸고 다섯 번째 샷으로 겨우 그린 위에 공을 올렸다. 2퍼트를 하며 트리플 보기를 기록했다. 유소연과 함께 역전 우승을 노리던 박성현(25)도 4번홀(파4) 그린 앞 벙커에서 두 번이나 벙커샷을 했지만 공이 다시 벙커로 들어가며 더블 보기를 적어냈다. 흔들린 그는 5번홀(파3)에서도 더블보기를 범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