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팀 특혜에도 '탁구 통한 평화' 명분-흥행 호재에 반색
탁구 중국-홍콩 연합팀도 남북 단일팀을 이길 수 없다?
"남북 단일팀은 지금 세계 탁구계의 최대 핫이슈입니다.

"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테크니컬디렉터(TD)를 맡은 박도천 아시아탁구연맹 경기위원장은 22일 신한금융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다시 한 번 성사된 남북 단일팀이 세계 탁구 무대의 빅이슈임을 반증하는 일화를 소개했다.

박도천 경기위원장은 코리아오픈 개막을 앞두고 대전에서 아시아탁구연맹 임원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는데, 중국계 임원으로부터 "중국과 홍콩이 연합팀으로 나가면 남북 단일팀을 이길 수 있다"는 농담을 들었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남북 단일팀에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것을 꼬집는 가시 섞인 조크였다.

ITTF는 지난 5월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 때 8강 대결이 예정됐던 남북 여자 선수들에게 경기 없이 단일팀으로 준결승에 나가도록 했다.

한 팀은 8강에서 탈락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남북은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해 일본에 막히고도 4위까지 주는 동메달을 수확했다.
탁구 중국-홍콩 연합팀도 남북 단일팀을 이길 수 없다?
특히 ITTF는 단체전 엔트리가 5명이지만 남북 단일팀 멤버인 9명(한국 5명, 북한 4명) 전원이 벤치에 앉도록 했고, 9명 모두에게 동메달을 수여했다.

첫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던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남북 단일팀 엔트리를 10명으로 확대해준 적은 있지만 8강 경기를 하지 않고 동메달을 딸 수 있도록 배려한 건 파격 중의 파격이었다.

ITTF는 이번 코리아오픈에서도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ITTF는 북한의 코리아오픈 참가를 위해 엔트리 마감 시한을 열흘 정도 늦췄다.

북한의 출전이 확정된 후 대한탁구협회는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닌 남녀 복식에서 단일팀을 구성할 것을 ITTF에 제안하는 한편 혼합복식에서도 단일팀 구성 가능성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ITTF는 남자복식의 이상수(국군체육부대)-박신혁(북측) 조와 여자복식의 서효원(한국마사회)-김송이(북측) 콤비는 물론 혼합복식의 장우진(미래에셋대우)-차효심(북측), 최일(북측)-유은총(포스코에너지) 조까지 단일팀 출전을 허용했다.

결국 남남북녀(南男北女)가 손발을 맞춘 장우진-차효심 듀오는 중국 조를 결승에서 꺾고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이뤘다.
탁구 중국-홍콩 연합팀도 남북 단일팀을 이길 수 없다?
박도천 위원장은 "세계선수권 8강에서 남북 여자팀이 경기도 하지 않고 4강에 나란히 오른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ITTF가 남북 단일팀을 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중국-홍콩 연합팀은 남북 단일팀 이슈에 밀린다.

'중국 연합팀은 (흥행에서) 남북 단일팀을 이길 수 없다'는 다른 나라 임원의 지원 사격 덕에 중국계 임원의 주장이 묻혀 버렸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중국이 홍콩이 아닌 대만과 함께 출전하더라도 단일팀 이슈를 덮지 못할 것"이라면서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남북 단일팀 우승이 세계 탁구계에 각인돼 있고, ITTF로서도 세계적인 관심을 끌 단일팀 이슈로 흥행을 잡겠다는 게 기본 구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탁구는 1970년대 초 미국과 중국이 '핑퐁 외교'를 통해 적대 관계에서 국교를 수립하는 단계로 나아갔던 것처럼 평화를 추구하는 스포츠의 아이콘이 됐다"면서 "세계 평화 기여와 분단국가인 남북한 긴장 완화라는 대의명분이 있어 회원국들의 동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장우진-차효심 조의 코리아오픈 혼합복식 우승은 남북 단일팀이 가진 엄청난 시너지 효과와 안방 팬들의 응원이라는 홈그라운드 이점을 잘 보여준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