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전 승부차기 두 차례 선방…4년 전 대회 때는 이근호의 슛 놓치기도
[월드컵] 4년 전과는 딴판…러시아 아킨페예프 "승부차기 기대했다"
러시아의 '수비 축구' 핵은 골키퍼 이고리 아킨페예프(32)였다.

1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러시아와 스페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킨페예프의 손과 발이 빛났다.

FIFA 랭킹 70위의 러시아는 10위 스페인과 연장까지 120분 혈투를 치러 1-1 무승부를 이룬 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했다.

승리를 확정한 마지막 장면에서 방송 카메라는 아킨페예프의 왼발에 주목했다.

스페인의 세 번째 키커 코케의 슛을 두 손으로 막아낸 아킨페예프는 4-3으로 앞선 상황, 다섯 번째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의 슛을 왼발로 걷어냈다.

아킨페예프는 몸을 오른쪽으로 던진 상황에서 가운데로 향하는 공을 왼발로 막았다.

러시아 선수들이 아킨페예프에게 달려왔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러시아 관중이 큰 함성으로 기쁨을 맘껏 표출했다.

경기 최우수선수 격인 맨 오브 더 매치(MOM)에 선정된 아킨페예프는 ESPN, 로이터 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MOM은 우리 팀과 팬들"이라며 동료와 러시아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동료와 팬이 뽑은 최고의 선수는 아킨페예프였다.

아킨페예프는 "운이 좋았다.

신께 감사하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후반전과 연장전에서 우리는 수비에 주력했다.

스페인처럼 강한 팀을 상대로 필드골로 이기는 건 정말 어렸다.

우린 승부차기를 기대했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엄청난 부담 속에서도 아킨페예프는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나 스페인의 슛을 막아내며 팀을 8강에 올려놨다.

세계 최정상급 골키퍼로 꼽히는 다비드 데헤아(스페인)가 한 번도 승부차기를 막지 못해, 아킨페예프의 선방이 더 돋보였다.
[월드컵] 4년 전과는 딴판…러시아 아킨페예프 "승부차기 기대했다"
4년 전, 아킨페예프 자신의 모습과도 판이하다.

아킨페예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한국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근호의 중거리 슛을 막지 못했다.

정면으로 날아온 공을 뒤로 흘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당시 ESPN은 '최악의 골키퍼 실수'로 이 장면을 꼽았다.

러시아는 한국과 1-1로 비겼고, 2무 1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킨페예프는 지난해 10월 7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도 지동원의 강하지 않은 슛에 득점을 허용했다.

유독 한국전에서 실수를 자주 범해 한국 팬들에게 '기름 손'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아킨페예프는 어린 시절부터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의 후계자'로 불리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04년부터 러시아 대표팀 골키퍼로 활약했고, 자신의 110번째 A매치(국가대표 간 경기)였던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MOM에 뽑혔다.

특히 아스파스의 슛을 왼발로 막아낸 순간은, 러시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평가받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