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 싸우는 박태환 AG 불참… "너무 지쳐…은퇴 아닌 휴식"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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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29·인천시청)이 올해 아시안게임 개막을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고 스스로 대회 참가를 포기했다.

박태환은 29일 소속사를 통해 "2016년부터 일주일 이상 쉰 적 없이 혼자 훈련을 해왔지만, 최근 운동을 하면서 좋은 기록을 보여드릴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에서 개막하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밝혔다.

박태환은 올해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자유형 100m·200m·400m·1,500m 네 종목에 참가해 모두 1위를 차지했으나 이제 아무 소용없게 됐다.

박태환 측 관계자는 "너무 지쳐 있다.

쉬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박태환의 현재 상태를 전했다.

이어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없는데 기대치는 높아 그냥 계속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같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의 말처럼 그는 최근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박태환은 2014년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이후 2016년 3월 물로 돌아와서는 대한체육회와 대표 선발 규정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법원과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판단까지 구한 끝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

정작 어렵게 참가한 리우 올림픽에서는 출전한 세 종목에서 모두 예선 탈락하는 등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그해 아시아선수권대회 4관왕에 이어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 3관왕에 오르며 부활의 발판을 놓았다.

지난해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롱코스(50m)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자유형 400m에서 4위에 오르는 등 여전히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고서는 바로 다시 올해 아시안게임을 위해 물살을 갈라왔다.

박태환은 올해 우리 나이 서른이다.

이제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대회에서도 박태환보다 나이 많은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박태환이 뛰는 자유형에서는 더욱 그렇다.

박태환도 요즘 세월의 무게를 자주 이야기한다.

그는 지난 4월 대표선발전을 치르면서 "전에는 국내 경기는 편하게 뛰었는데 이제는 매 경기 긴장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독보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이번에도 몸 상태를 지켜보다 기대만큼 따라주질 않자 결국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 전에 불참 결정을 내려 후배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가 아시안게임에 파견할 대표팀 명단을 확정한 뒤 대한수영연맹은 한 종목에 국가별 두 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박태환 측에게는 선발전 1위 종목 외에도 자유형 800m와 단체전인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 혼성 혼계영 400m까지 출전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다만 이번 아시안게임 불참 결정이 당장 그의 선수생활 은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태환은 소속사를 통해 낸 자료에서 "아직 은퇴라는 말씀을 드리기보단 앞으로의 제 행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소속사 관계자도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내고 은퇴하려 했던 것도 아니고 올해 목표가 아시안게임이었을 뿐이다"라면서 "몸과 마음 모두 지쳐 있어 당장은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결정이 처음이라 박태환도 속이 많이 상해 있다"면서 "훈련은 오늘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