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성이 지난 27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가수 싸이(PSY)의 ‘말춤’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제공
최호성이 지난 27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CC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 with A-ONE CC를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 가수 싸이(PSY)의 ‘말춤’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제공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한국 오면 밥 한 번 사야 되는데….”

최근 국내외 골프계는 온통 최호성(45) 이야기로 가득하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뜨겁다. 한때 미국을 강타한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 열풍’을 연상하게 한다. 싸이는 정통 음악이라기보다 개성 있는 멜로디와 춤사위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2위까지 올랐다.

세계 골프계에 '낚시꾼 스윙' 신드롬 몰고온 최호성 프로
최호성은 지난주 미국 골프채널 홈페이지 메인을 장식했고 토머스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도 오늘 이렇게 한 번 해봐야겠다”고 적었다. 유명 해설가 브랜들 챔블리(미국)는 “요즘 프로골퍼들의 스윙은 모두 같아 보이는데 최호성과 같은 스윙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 등 세계적인 투어 선수들은 물론 일반인 사이에서도 ‘최호성 따라하기’가 유행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패러디가 쏟아진다.

지난 27일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남 양산 에이원CC(파70·6950야드)에서 만난 최호성은 “SNS를 잘 안해 솔직히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남자 골프가 현재 ‘침체기’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 “남자 골프가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면 못할 게 무엇이냐”고 껄껄 웃었다.

세계 골프계에 '낚시꾼 스윙' 신드롬 몰고온 최호성 프로
최호성은 고등학생 때 절단된 오른 엄지손가락 장애를 극복하고 26세에 프로선수가 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그보다 스윙 하나로 더 유명해졌다. 그는 스윙 후 피니시 동작에서 멈추지 않는다. 스윙이 끝나고 원심력으로 반 바퀴 빙그르르 더 돈다. 왼발을 축으로 몸통이 돌면서 오른발이 따라 나가 어드레스 자세와 비교하면 180도 돌아선 자세로 멈춰선다. 공에 힘이 끝까지 실리고 훅에 가까운 드로 구질로 훨씬 더 멀리 날아가게 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지 않았던 동작들이다. 키 172㎝의 작은 키에 불혹을 훌쩍 넘긴 최호성이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다. 일본프로골프(JGTO)에서 한 기자는 낚싯대를 들어 올리듯 클럽을 들어 올리는 동작을 한다고 해서 ‘낚시꾼 스윙’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최호성은 “잘하고 싶은데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비거리가 줄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찾아낸 게 지금의 스윙”이라며 “280야드 정도 나가던 드라이브 비거리가 이젠 300야드 가까이 나가니 20야드 정도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호성도 자신의 스윙에 마냥 만족하는 건 아니다.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안다. 그는 자신의 스윙을 보면 스스로 실망할까봐 영상을 찾아보지 않는다. 주변에서 계속 부추겨 최근에야 자신의 스윙 영상을 봤다는 그는 “내 영상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고 했다. 더 예쁜 스윙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남들과 똑같이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스윙을 ‘생존 스윙’이라고 명명했다.

“어릴 적 집 대문에서 30m만 걸어나가면 바닷가(경북 포항 남구 장기면)였습니다. 바다를 좋아했는데 놀다가 여러 차례 익사할 뻔했죠. 특전사를 꿈꿨지만 오른 엄지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때부터 생존 본능이 생긴 것 같아요. 내 낚시꾼 스윙도 마찬가지죠. 내가 예쁘게 스윙하면 치열한 프로골프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최호성은 자신이 망가져도 어렵게 남자 골프로 끌어온 관심을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겠다는 각오다. 30일에는 KPGA 선수권대회장에서 사인회와 함께 ‘최호성의 닮은꼴을 찾아라’ 이벤트가 열린다. 대회 중간이지만 최호성이 흔쾌히 허락했다. 인터뷰 말미에 ‘강남스타일’ 포즈를 취해달라고 했을 때도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남자 골프가 관심받는다면 매일 출 수 있습니다!”

양산=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