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국가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당시 출전했던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호주, 이란도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이란이 모로코를 상대로 이번 대회 아시아 국가 첫 승전고를 울렸다. 이란 특유의 끈질긴 수비가 돋보였다. 비록 결승골은 상대 팀의 자책골이었지만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이란은 경기 내내 모로코의 공세를 막아냈고 결정적인 순간 위협적인 위치에 공을 보내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호주는 프랑스에 1-2로 패했다. 하지만 경기력만 보면 프랑스와 대등했다. 프랑스의 두 번째 골은 폴 포그바의 슛이 호주 수비수의 몸을 맞고 공중으로 방향이 꺾였다가 골문 크로스바를 맞고 안쪽으로 떨어진 ‘행운의 골’이었다. 수비가 돋보인 호주는 남은 덴마크, 페루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일본도 자신들의 색을 살려 승리를 쟁취했다. 일본은 19일(한국시간) 러시아 사란스크 분모르도비아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H조 1차전 경기에서 콜롬비아를 2-1로 꺾었다. 경기 초반 콜롬비아 카를로스 산체스가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공을 막으려다 핸드볼 파울로 퇴장했다. 이후 가가와 신지의 페널티킥 골이 나왔다. 수적 우위와 점수에서 앞선 일본은 특유의 짧은 패스로 경기 내내 중원을 장악했다. 전반 39분 동점골을 내줬으나 후반 29분 코너킥 상황에서 오사코 유야의 헤더로 승리를 차지했다. 조 최약체로 평가받던 일본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에서 남미 팀에 거둔 승리였다.

‘침대 축구’라며 비아냥거렸던 이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일본의 활약에 한국 축구팬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선 ‘사란스크의 기적’이란 표현까지 쓰며 기뻐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와 빠른 스피드가 강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 스웨덴전에선 그런 장점이 발휘되지 못했다. 지난 다섯 차례 평가전에서 한 번도 쓰지 않은 변칙 포메이션을 사용해 스스로 혼란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톱클래스 공격수인 손흥민을 뒤로 내려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픈 실수로 지적된다.

한국은 오는 24일 열리는 멕시코전에서 패하면 사실상 짐을 싸야 한다. 우리만의 축구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면 지난 스웨덴전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