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까지 잘하는 장타자. 경쟁자라면 상대하기 싫은 유형의 선수다. ‘골프 신’은 나름 공평했다.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사진)에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평균 정도의 퍼팅 실력만 허락했다. 2015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그가 5m의 이글 퍼트 또는 1.2m의 버디 퍼트만 왼쪽으로 흘리지 않았어도 골프 역사는 바뀌었을지 모른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존슨과 그의 클럽을 후원하는 테일러메이드는 퍼팅 실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똑같은 12개의 퍼터에 여러 개의 ‘사이트 라인(sight line: 퍼터의 스트로크 방향을 정렬해 주는 선)’을 그려 넣고 15피트(약 4.6m) 거리에서 다섯 번씩 공을 쳤다.

그 결과 존슨이 길이가 긴 사이트 라인이 새겨진 퍼터로 스트로크할 때 홀의 한참 왼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짧은 사이트 라인의 퍼터를 사용해도 홀의 왼쪽을 보며 사이트 라인이 없는 퍼터를 쓰면 홀 중앙에서 아주 조금 벗어났다. 반면 ‘T자’ 사이트 라인이 그려진 퍼터로는 홀 정중앙을 바라봤다.

실험의 성과는 결과로 나타났다. 2015년 PGA투어 프로 71위(0.128타), 2017년 81위(0.096타)에 머물던 ‘퍼팅 이득 타수(stroke gained putting)’는 올해 20위(0.552타)까지 올랐다. 장타자인 그가 퍼팅에서도 투어 평균보다 0.5타 이상을 벌었다는 뜻이다.

11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사우스윈드(파70·7244야드)에서 끝난 PGA투어 세인트주드클래식(총상금 660만달러)은 퍼팅 실력까지 장착한 존슨이 얼마나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한 판이었다. 그는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쳤고 최종합계 19언더파 261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앤드루 퍼트넘과 6타, 3위 J B 홈스(이상 미국)와 무려 10타 차이가 났다. 존슨은 나흘간 0.964의 퍼팅 이득 타수를 남겼다. 이번주 평균 330야드를 기록한 장타는 여전했다.

존슨은 이번 대회에선 사이트 라인이 그려져 있지 않은 퍼터를 들고 나왔다. 사이트 라인에 의존하지 않고도 완벽히 그린 라인을 읽고, 왼쪽으로 스트로크하던 습관도 고친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경기 후 “내 경기력에 매우 만족한다”며 “다음주(US오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존슨은 지난 1월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이후 시즌 2승째를 신고했다. 통산 18승째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2위에서 1위로 복귀했다. 5월14일부터 저스틴 토머스(미국)에게 내줬던 왕좌 자리를 한 달 만에 되찾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