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미컬슨(47·미국)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43승, 메이저대회 5승을 거두면서도 딱 한 가지, US오픈 트로피가 없다. 그가 아직도 ‘커리어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제패)을 달성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컬슨은 US오픈 때만 되면 지독히도 안 풀렸다. 이 대회에서 준우승만 6번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지난해에는 대회 기간 딸 어맨다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2013년에는 어맨다의 중학교 졸업식이 있었다. 2013년 대회에는 연습라운드를 건너뛰고 어맨다의 졸업식에 참석해 ‘패밀리 가이’다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에는 딸의 졸업식 때문에 아예 이 대회에 불참했다.

1999년에는 대회 기간이 아내 에이미의 출산 예정일과 겹쳤다. 당시 미컬슨은 무선호출기를 착용하고 언제든 아내의 출산 소식이 들려오면 즉각 병원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그는 이 대회 1타 차 공동 2위를 했다. 무선호출기 없이 경기를 했더라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일찌감치 달성했을지도 모른다.

미컬슨은 14일(현지시간)미국 뉴욕주 사우샘프턴의 시네콕힐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US오픈에 출사표를 던졌다. 공교롭게도 시네콕힐스는 2004년 US오픈이 열렸을 당시 미컬슨이 준우승을 차지했던 곳이다.

미컬슨에게 이번 대회는 어쩌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최고령 우승자는 48세4개월18일의 나이로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줄리어스 보로스(미국)다. 미컬슨은 대회가 열리는 주 토요일에 만 48세가 된다. US오픈만 놓고 보면 최고령 우승자는 헤일 어윈(미국)이다. 그는 만 45세의 나이에 정상에 올랐다. 미컬슨이 우승하면 어윈의 기록을 넘어선다.

미컬슨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이 그의 우승을 기대하게 한다. 그는 3월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에서 4년 8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지난주 열린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선 공동 13위에 올랐다. 브렌든 그레이스(남아공)는 “사람들은 필의 골프실력을 나이로만 판단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