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동섭이 3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우승컵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KPGA 제공
맹동섭이 3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우승컵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KPGA 제공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모두 챔피언 같았다. 3일 경기 이천시 블랙스톤CC(파72·7260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은 각본 없는 골프 드라마의 진수를 만끽하게 했다.

맹동섭(31)과 홍순상(37)이 주인공이었다. 1타 차 2위로 대회 최종일에 나선 맹동섭은 이날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낸 맹동섭은 막판까지 불꽃 추격전을 벌인 ‘꽃미남’ 홍순상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올해 창설 대회를 역전 우승으로 장식했다. 지난해 4월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동부화재프로미오픈)에서 통산 2승을 올린 뒤 1년2개월 만에 거머쥔 통산 3승이다. 우승상금 1억4000만원도 그의 몫이 됐다. 총상금 2억2035만원을 쌓은 맹동섭의 시즌 상금 순위도 13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막판까지 ‘시소 게임’이 연출됐다. 전날까지 1위였던 ‘루키’ 윤성호(21)가 보기와 버디, 더블보기를 적어내는 롤러코스터 경기로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그 틈을 맹동섭이 먼저 파고들었다. 첫 홀을 버디로 포문을 여는 등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잡아내며 초반부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그 뒤를 홍순상이 바짝 뒤쫓았다. 맹동섭과 똑같이 전반에만 버디 3개를 솎아냈다.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1홀 차 게임이‘난타전’으로 불타오른 것은 후반 14번홀(파4)부터였다. 홍순상이 버디를 낚은 반면 맹동섭이 파에 그치면서 공동선두가 됐다. 5년 만에 통산 6승을 노렸던 홍순상은 그러나 이후 보기(15번홀) 버디(16번홀) 보기(17번홀)를 기록하며 뒷걸음질쳤다. 17번홀(파4)에서 일찌감치 승부가 끝나는 듯했다. 맹동섭을 1타 차로 뒤쫓던 홍순상의 드라이버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며 숲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한꺼번에 2타 이상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홍순상은 갤러리 한 명이 ‘바위 근처에 공이 있다’고 알려준 덕에 공을 숲속에서 빼내는 데 성공했다. ‘행운의 보기’로 역전 기회를 살려낸 것도 잠시, 곧바로 맹동섭이 17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둘의 타수 차가 다시 2타로 벌어졌다.

마지막 18번홀(파5)이 백미였다. ‘장갑을 벗어봐야 결과를 안다’는 골프의 반전 묘미가 연출됐다. 2타를 뒤져 있던 홍순상이 10m짜리 칩샷을 그대로 홀에 꽂아 넣어 이글을 잡아낸 것이다. 다시 공동 선두. 맹동섭은 마지막 홀에서 버디 이상을 잡아내야만 연장전을 피할 수 있었다. 맹동섭의 과감함이 빛을 발했다. 236야드를 남기고 친 5번 우드샷이 그린에 올라가 핀 7m 옆에 붙었다.

맹동섭은 침착하게 2퍼트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막판까지 혈전을 벌인 홍순상이 맹동섭에게 웃으며 다가가 “우승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맹동섭은 “창설 대회 초대챔피언에 오른 게 너무 자랑스럽다.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는 선수가 돼 해외 투어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했다.

맹동섭의 우승으로 코리안투어는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모두 서로 다른 챔피언을 배출했다. 5명의 챔피언 모두 역전우승을 연출했다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