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심슨은 2014년 11월 일본 프로골프대회 던롭 피닉스오픈 전까지만 해도 퍼터 그립 끝을 배꼽에 대는 ‘벨리 퍼팅’을 했다. 메이저 대회인 US오픈(2012년)을 비롯해 2011년부터 2013년 11월까지 4승을 따내는 등 성과도 괜찮았다. 심슨이 13일(현지시간) 끝난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통산 5승째를 수확하는 데 한몫한 ‘팔뚝 퍼팅’은 2015년 시즌부터 쓰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그립을 몸통(가슴 또는 배꼽 부분)에 고정하는 ‘앵커링(anchoring)’이 금지되자 대안으로 찾아낸 변종 퍼팅 방식이다. 퍼터 그립을 팔뚝 안쪽에 밀착시켜 왼손으로 잡은 뒤 그립 밑 부분을 오른손 집게그립으로 잡는 게 독특하다.

그는 이 방식에 금세 적응하는 듯했다. 2015년 웰스파고챔피언십과 2017년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 등 두 번 준우승했다.

하지만 우승 퍼즐까지 꿰맞추는 데에는 5년여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심슨은 이번 대회에서 나흘간 ‘퍼팅 기여도(SG:퍼팅)’ 부문에서 9.368을 기록, 전체 1위를 차지했다. SG(stroke gained) 퍼팅은 쇼트게임이나 아이언이 아니라 퍼팅으로 타수를 줄인 실력을 나타내는 통계다. 선수 평균치를 ‘0’으로 봤을 때 9.368타를 더 줄였다는 얘기다.

팔뚝 퍼팅은 직진성이 강한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왼팔 전체를 하나의 긴 퍼터처럼 활용해 퍼터 스트로크 안정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슨은 여기에 오른손 집게그립까지 가미함으로써 퍼터 페이스를 직각으로 유지하는 이중 효과를 꾀했다. ‘팔뚝에 퍼터를 대는 것도 앵커링이나 마찬가지니 금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하지만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괜찮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심슨을 비롯해 ‘앵커링 금지’에 직격탄을 맞았던 ‘롱퍼터 계열’ 선수들은 대다수 안정을 찾아가는 듯한 분위기다. 애덤 스콧(호주)은 쇼트 퍼터와 집게그립으로 바꿔 2승을 올렸고,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그립을 몸통에서 1~2㎝가량 살짝 뗀 채 퍼팅하는 우회 방식으로 2016년부터 올 시즌까지 12승(시니어투어)을 거뒀다. 2016년 2승 이후 2년째 우승이 없는 스콧은 최근 랑거처럼 다시 ‘몸에 대지 않는 벨리 롱퍼팅’으로 돌아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