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바 단일팀'과 달라진 풍경…다시 만날 날 기약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남북 단일팀 구성 기대
김택수 남자팀 감독 "기회 되면 우리도 남북 단일팀 해보자"
27년 만의 탁구 남북 단일팀, 눈물바다 대신 '웃음꽃' 환송식
'아쉬움은 컸지만 눈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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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단체전) 27년 만의 여자탁구 단일팀으로 진한 감동을 줬던 남북 탁구 선수들이 밝은 표정 속에 헤어졌다.

남북 탁구 선수단은 6일(현지시간) 오전 11시 스웨덴 할름스타드의 선수단 숙소인 틸뢰산드 호텔 로비에서 북한 선수단 환송 행사를 했다.

환송식은 한국 선수단보다 먼저 숙소를 떠나는 북한 선수단을 위해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들이 제안해 이뤄졌다.
27년 만의 탁구 남북 단일팀, 눈물바다 대신 '웃음꽃' 환송식
이날은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이 일본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눈물의 환송식을 가진지 딱 27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44일을 단일팀으로 동고동락했던 현정화와 북한의 이분희는 언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마음에 눈물바다를 이뤘다.

하지만 신세대 여자 단일팀 선수들은 눈물 대신 환한 표정으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먼저 나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던 북한 여자팀 김진명 감독과 남자팀 황성국 감독이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27년 만의 탁구 남북 단일팀, 눈물바다 대신 '웃음꽃' 환송식
김 감독은 웃는 얼굴로 "고생했다"는 짧은 인사를 남겼다.

황 감독은 한국 탁구인들에게 이름과 사인을 적어줬다.

이어 북한 남녀 선수들이 여행 가방을 들고 로비로 내려왔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한국 선수들도 로비에 모였다.
27년 만의 탁구 남북 단일팀, 눈물바다 대신 '웃음꽃' 환송식
한국 여자팀의 양하은(대한항공)은 단일팀으로 생활한 사흘 동안 단짝이었던 북한의 차효심과 찰떡처럼 붙어 다녔다.

양하은은 "오늘도 옆에 있네"라며 말을 건넸고, 차효심도 "내가 좋아서 옆에 오는 겁니다"고 화답했다.

양하은은 "둘이 키가 비슷해서인지 단일팀 된 이후 사진 찍을 때면 꼭 항상 내 쪽으로 오더라"고 말했다.

"연습 때 처음 파트너기도 했고 나이(24세)도 비슷해 금방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양하은과 차효심은 각 팀에서 키가 가장 크다.

북한 여자팀의 김남해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여자팀의 서효원(한국마사회)에게 "다음에 또 보는 거냐"고 여러 번 묻자 서효원이 "확실히는 모르지만 나중에 보게 되면 맛있는 거 사달라"고 제안했다.

남북 단일팀은 여자 선수들만 이뤄졌지만 남자 선수들도 마치 한팀인 것처럼 어울렸다.

이상수(상무)가 북한 남자대표팀 최일의 어깨를 주무르며 "고생 많았다"고 말하자 최일이 "지기만 했는데 고생은 무슨 고생"이라고 대답하면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북한 남자팀은 이번 대회 7경기에서 1승 6패를 기록했다.

북한 선수들은 로비를 벗어나 헤어지기 직전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남북 선수들은 섞여서 휴대전화로 셀카 사진 여러 장을 찍었다.

우는 선수는 없었다.
27년 만의 탁구 남북 단일팀, 눈물바다 대신 '웃음꽃' 환송식
외국인 관광객들이 남북 단일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 여자팀의 김지호(삼성생명)는 "다음에 볼 기회가 있으니까 혹시 또 한팀이 된다면 지금보다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환송 행사가 마무리될 무렵 한국 남자대표팀의 동메달 사냥을 이끌었던 김택수 감독이 깜짝 발언했다.

김 감독은 북한 남자팀을 향해 "우리가 이번 대회에 (여자 단일팀에 밀려) 존재감이 너무 없었다.

기회가 되면 우리도 한팀으로 해보자"고 깜짝 제안해 웃음을 자아낸 뒤 "조심히 잘 가시라"고 인사했다.

남북 선수단이 박수로 마무리했다.
27년 만의 탁구 남북 단일팀, 눈물바다 대신 '웃음꽃' 환송식
북한 선수들이 트렁크를 끌고 버스로 향하자 한국 선수들이 모두 뒤를 따랐다.

선수들이 모두 버스에 오르자 선수들이 일렬로 선서 손을 흔들었다.
27년 만의 탁구 남북 단일팀, 눈물바다 대신 '웃음꽃' 환송식
버스가 떠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한 장우진(미래에셋대우)은 "마음이 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다시 남북 단일팀으로 만날 기대에 아쉬움을 달랬다.

한편 중국이 남자단체전 결승에서 독일을 3-0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스웨덴과 함께 동메달을 받았다.
27년 만의 탁구 남북 단일팀, 눈물바다 대신 '웃음꽃' 환송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