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굳히기에 나선 고진영(23·왼쪽), 생애 첫 승을 눈앞에 둔 모리야 쭈타누깐(24·태국·오른쪽), 통산 20승에 재도전하는 박인비(30)가 외나무다리에서 맞닥뜨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JTBC LA오픈(총상금 150만달러) 초대 챔피언으로 가는 길목에서다. 이 대회는 한국 바이오메디컬 상장기업인 휴젤이 올해 처음 창설했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윌셔 컨트리클럽(파71·6450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6타를 쳤다. 보기는 1개만 내주고 버디 6개를 잡아냈다. 중간합계 9언더파를 기록한 고진영은 전날까지 단독 선두였던 쭈타누깐과 나란히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6위였던 2라운드 순위를 5계단 끌어올린 것이다. 고진영은 23일 4라운드에서 공동 선두 쭈타누깐, 단독 3위 박인비(7언더파)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우승컵을 다투게 됐다. 시즌 1승씩을 수확한 고진영이나 박인비 중 한 명이 우승하면 시즌 첫 다승자가 된다.

고진영은 지난 2월 LPGA 투어 데뷔전인 ISPS한다 호주여자오픈을 제패해 LPGA 사상 67년 만에 루키 데뷔전 우승이라는 기록을 작성하며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신인왕 경쟁에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베테랑’ 지은희(32)도 6언더파 공동 4위에 올라 우승 경쟁의 불씨를 남겼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2015년 10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 자리 탈환도 노려볼 수 있다. 현재 세계랭킹 1위 펑산산(중국)이 박인비에게 5타 뒤진 3언더파 공동 12위, 세계랭킹 2위인 렉시 톰슨(미국)이 이븐파 공동 23위로 뒤처져 있어 가능성이 높다. 박인비와 펑산산의 랭킹 포인트 차는 0.38점에 불과하다.

쭈타누깐이 고진영과 박인비를 제치고 우승하면 LPGA에 또 다른 역사가 하나 기록된다. 18년 만의 LPGA 자매 챔피언 탄생이다. 모리야 쭈타누깐은 에리야 쭈타누깐의 친언니다. 통산 7승을 올린 동생과 달리 언니 모리야는 그동안 156개의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우승 없이 톱10에만 21번 이름을 올렸다.

67년 LPGA 역사상 유일한 자매 챔프는 2000년 사상 첫 기록을 완성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친동생 샬롯타 소렌스탐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