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만한 인터뷰 등으로 구설…동료들이 싫어하는 선수 2위
타이거 우즈가 롤 모델인 '캡틴 아메리카'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제패하며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된 패트릭 리드(28)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3·이상 미국)를 롤 모델로 삼아왔다.

그래서 그는 우즈를 따라 대회 마지막 날에는 빨간 상의와 검은 바지를 입는다.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마스터스에서는 최종 라운드에 빨간 상의 대신 분홍색 셔츠를 입었다.

리드는 대회 도중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후원사인 나이키의 결정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어찌 됐든 그 정도로 우즈를 좋아하는 리드는 우즈가 3년 만에 돌아와 많은 화제를 뿌린 올해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리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인기가 없는 대표적인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는 '가장 인기 없는 골프 선수'로 리드를 지목한 바 있고, 미국 ESPN 역시 '동료 선수들에게 가장 인기 없는 선수' 2위로 리드를 올려놓은 바 있다.

이때 1위는 버바 왓슨(미국)이었다.

USA 투데이도 이번 대회 기간에 이 같은 내용을 다시 소개하며 '리드는 혼자 연습 라운드를 할 때가 잦은 선수'라며 그의 '외톨이 성향'을 부각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조지아주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이날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도 팬들은 리드보다 동반 플레이어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더 큰 응원을 보냈다.

리드가 이렇게 인기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2014년 3월에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 "나는 세계에서 톱5 안에 드는 재능을 지녔다"며 "타이거 우즈 이후 이런 성과를 낸 선수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자화자찬했다.

물론 24살 젊은 나이에 투어 3승을 거뒀고, 3승째가 메이저 대회에 버금가는 권위의 WGC 대회였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메이저 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그의 거만한 인터뷰는 다른 선수들이나 팬들의 반감을 샀다.
마스터스 우승 리드 '인기 없으면 어때, 골프만 잘하면 되지'
또 유럽과 대항전인 라이더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유럽 팬들의 인심을 잃는 계기가 됐다.

2014년 라이더컵에서 3승 1무를 기록하며 미국 대표 12명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고, 2016년 라이더컵에서도 3승 1무 1패로 역시 가장 좋은 기록을 작성했다.

특히 2014년에는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2016년에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유럽의 간판선수들과 싱글 매치 플레이를 벌여 승리를 따냈다.

이때 붙은 별명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다.

하지만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유럽 팬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등의 행위로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로부터 '가장 인기 없는 선수'라는 불명예를 떠안아야 했다.

대학 재학 시절 그의 동료는 리드가 경기 도중 부정행위를 했다는 폭로를 하기도 했다.

이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비록 7.5m 버디 퍼트는 넣지 못했지만 약 1m 파 퍼트에 성공, 1타 차로 따라붙은 리키 파울러(미국)의 추격을 간신히 따돌린 그는 "마지막 홀 파를 지키고 나서야 우승에 대한 느낌이 왔다"고 힘들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리드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는 나의 평소 생각에 걸맞은 플레이를 한 것 같다"며 "그 결과로 이런 큰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2016년 8월 바클레이스 이후 우승이 없었던 그는 "메이저를 제패하며 지난 시즌 우승이 없었던 것을 한꺼번에 만회한 것은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리드가 평소 롤 모델로 삼았던 우즈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축하한다.

내년 프레지던츠컵에 최소한 단장 추천 선수로 나갈 수 있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2019년 프레지던츠컵 단장을 맡은 우즈가 '다음 시즌 리드가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프레지던츠컵에 자력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추천 선수로 함께 하겠다'는 농담을 한 것이다.

리드는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나를 응원하지 않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내가 나의 할 일은 골프만 제대로 하면 그것으로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팬들이 매킬로이를 더 응원한 것에 대해서도 "첫 티샷을 날리기 전에 응원 소리가 크게 들렸는데, 다음에 로리에게는 더 큰 소리가 나더라"며 "오히려 동기 부여가 됐고, 압박감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