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멘 코너' 잘 넘겨야 그린 재킷 걸칠 수 있다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82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게리 플레이어(83·남아공)와 잭 니클로스(78·미국)의 시타로 나흘간 열전에 돌입했다.

올해 마스터스는 두 ‘골프 전설’의 시타에 이어 5일(현지시간) 오전 8시30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길이7435야드)에서 개막됐다. 87명의 출전 선수들이 우승자에게 주는 ‘그린 재킷’을 놓고 본격 경쟁한다.
게리 플레이어가 5일 아침(현지시간) 2018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시타를 하고 있다. 오른쪽 빨강 상의를 입은 사람은 잭 니클로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게리 플레이어가 5일 아침(현지시간) 2018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 시타를 하고 있다. 오른쪽 빨강 상의를 입은 사람은 잭 니클로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오거스타 내셔널GC에는 ‘아멘 코너’라는 곳이 있다. 후반 11번홀부터 13번홀까지 세 홀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1958년 아놀드 파머가 첫 우승할 때 이 세 홀 경기장면을 묘사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허버트 워렌 윈드의 기사에서 처음 나왔다. 파머는 당시 최종라운드 12번홀에서 곡절끝에 파를 하고, 13번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처음으로 그린 재킷을 걸쳤다. 그 이후 아멘 코너는 오거스타 내셔널GC의 상징적인 곳이 됐으며 ‘이 곳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기도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여겨질만큼 승부처로 인식돼왔다.

11번홀은 길이 505야드로, 파4홀로는 가장 길다. 그린 왼편과 뒤쪽은 워터해저드로 돼있어 어려움을 더한다. 12번홀은 길이 155야드의 짧은 파3홀이다. 그러나 그린앞에 개울(래스 크릭)이 흐르고, 바람은 그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수시로 불어와 선수들을 애먹인다. 13번홀은 길이 510야드의 파5홀이다. ‘도그레그 레프트’인 이 홀에서는 드라이버샷을 잘 쳐놓으면 2온이 가능해 버디가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페어웨이 왼쪽과 그린앞에 래스 크릭이 있어 버디 못지않게 보기가 많이 나오는 홀이다. 홀 왼편에 쭉 심어진 철쭉으로 인해 ‘아젤리아’라는 별칭이 붙어있으나 어떤 선수들에게는 아름답지 않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그동안 아멘 코너에서는 ‘참사’가 끊이지 않았다. 역대 한 홀 최고타수인 13타가 기록된 곳도 바로 아멘 코너다.

40년전인 1978년 대회 때 일본의 토미 나카지마는 13번홀에서 혹독한 마스터스 데뷔전을 치러야 했다. 드라이버샷이 왼편 개울에 빠져 드롭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업한 후 친 볼은 또다시 그린앞 개울로 들어갔다. 거기에서 샷을 강행하다가 볼이 자신의 신발에 맞고, 클럽을 캐디에게 건네주다가 놓쳐 물에 닿은 바람에 두 번의 벌타를 받았다. 결국 그 홀 스코어는 8오버파인 13타(11온2퍼트)를 기록했다. 나카지마는 경기 후 “그 홀에서 이글을 노렸는데 엉망이 돼버렸다. 스코어를 계산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홀 외에 나머지 17개홀에서는 모두 파를 기록, 80타로 첫날 경기를 마쳤다
'아멘 코너'의 중심인 오거스타 내셔널GC 12번홀(파3). 길이 155야드로 짧은 홀이나, 개울과 바람때문에 보기 이상 스코어를 적어내는 선수들이 적지않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아멘 코너'의 중심인 오거스타 내셔널GC 12번홀(파3). 길이 155야드로 짧은 홀이나, 개울과 바람때문에 보기 이상 스코어를 적어내는 선수들이 적지않다. [사진=마스터스 홈페이지]
그 2년 후인 1980년에는 톰 와이스코프(미국)가 첫날 12번홀에서 13타를 기록하고 말았다. 무려 10오버파다. 그 때까지 와이스코프는 마스터스에서 네 차례나 2위를 한 ‘베테랑’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 컸다.

와이스코프는 7번 아이언 티샷이 물에 빠지자 앞으로 나가 드롭 에어리어에서 플레이했는데, 홀까지 약 70야드인 그 곳에서도 네 차례나 더 볼을 물에 집어넣었다. 그는 11번째 샷을 그린 뒤편 에지로 보낸 후 2퍼트로 홀아웃했다. 와이스코프는 “두 번째 샷은 잘 맞았는데, 스핀을 먹고 굴러 물에 빠져버렸다. 그 다음에도 드롭 에어리어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아 샷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날 스코어는 85타였고, 그 다음날 79타를 쳐 커트탈락했다.

2006년엔 오거스타 출신의 찰스 하웰 3세가 11번홀에서 악몽같은 일을 겪었다. 벌타를 받지 않았는데도, 그 홀에서 9타를 기록한 것이다.

하웰의 어프로치샷이 그린 뒤 벙커로 들어갔다. 사단은 거기에서 시작됐다. 벙커에서 볼을 꺼내는데 네 번이나 스윙을 해야 했다. 건너편의 물을 의식한 결과 샌드샷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었다. 벙커탈출 후에도 세 번의 샷을 더해 스코어는 퀸튜플 보기인 5오버파를 기록하고 말았다. 그 홀에서 9타는 당시까지 세 차례 기록된 적이 있는데, 지난해에도 샌디 라일(영국)이 이 홀에서 역대 다섯 번째로 9타를 적어냈다.

올해도 아멘 코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누가 희생양이 될지 주목된다.
'아멘 코너' 잘 넘겨야 그린 재킷 걸칠 수 있다
오거스타(美 조지아주)=김경수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