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또 한 번 '골프 여제'의 모습을 되찾았다.

박인비는 19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와일드 파이어 골프클럽(파72, 6679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기록,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2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우승 후 1년여 만의 '부활'이다.

박인비는 2008년 데뷔 이후 끊임없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박인비는 2008년 LPGA 데뷔 첫 해 4대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후 샷 부진에 빠지며 침체기를 보냈다.

첫 번째 '부활'은 2012년이었다. 지금의 남편인 남기협 코치를 만나며 샷 정확도가 돌아온 것. 2012년 2승을 거둔 뒤 2013년에는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오픈 타이틀을 따내며 '골프 여제' 칭호를 얻었다. 이듬해에는 브리티시 오픈까지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승승장구하던 박인비에게 두 번째 시련이 찾아온 것은 2016년이었다. 개막전에서 허리 부상으로 기권했고 이후 대회들에서도 부진을 거듭했다. JTBC 파운더스컵에서는 컷오프 탈락을 당하기도 했다. 여름에 열릴 리우 올림픽 출전 티켓을 반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박인비는 우려를 뒤로하고 리우에서 '여제'의 자존심을 지켰다. 2라운드부터 1위를 놓치지 않고 5타 차이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부상을 안고 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는 또 부상과의 전쟁을 치렀다.

2016년 하반기를 통째로 날린 박인비는 2017년 복귀전에서 25위를 기록했고 두 번째 대회인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19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ANA 인스피레이션 3위, 롯데 챔피언십 11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2위 등으로 선전했지만 8월에 등 부상이 재발, 시즌을 접었다.

반 년여의 휴식을 가진 박인비는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깜짝 등장해 올 시즌 화려한 복귀를 예고했다.

올 시즌 첫 출전한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31위에 머물렀지만 두 번째 대회에서 바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첫날부터 4언더파로 공동 3위에 안착했고 2라운드 부진에 13위로 시작한 3라운드에서는 보기 없이 버디 7개, 이글 1개를 잡아내며 9언더파를 기록, 단숨에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마지막 날 투어 최고령 우승을 노린 로라 데이비스를 비롯해 마리아호 유리베, 아리야 주타누간이 맹렬히 추격했지만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는 등 평정심을 잃지 않고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침묵의 암살자'로 불렸던 전성기의 모습 그대로였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