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이라 나오가 올림픽신기록을 세운 후 관객들이 환호하자 조용해달라는 모션을 취했다. 고다이라의 다음 조는 이상화 선수조였다 /사진=연합뉴스
고다이라 나오가 올림픽신기록을 세운 후 관객들이 환호하자 조용해달라는 모션을 취했다. 고다이라의 다음 조는 이상화 선수조였다 /사진=연합뉴스
이상화와 고다이라 나오(일본)의 우정에 한일 양국이 따뜻한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이상화는 지난 18일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이자 역대 3번째 3개 동계 올림픽 대회 연속 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다이라 나오는 36초94의 올림픽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상화와는 0.39초 차다.

고다이라는 올림픽 신기록 작성 후 일본 관중의 열광적인 함성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검지 손가락을 입으로 갇다 대며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보냈다. 이상화 선수가 포함된 15조의 경기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경기 직후 이상화는 그동안의 마음고생 때문인지 눈물을 흘렸다. 이때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 그리곤 한국어로 "잘했다"라고 위로했다.

이들은 메달이 결정되자 각각 국기를 받아 트랙을 함께 돌며 세레모니했다. 관중들은 이들의 우정에 박수를 보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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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고다이라는 기자회견에서 "이상화가 받은 압박감이 상당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나는 아직 이상화 선수를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상화는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도 (고다이라는) 늘 메달을 따던 나를 축하해줬다.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뛰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500m만 출전한 반면 나오는 3종목에 도전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고 했다.

두 사람의 우정은 얼음판도 녹일 정도였다. 이상화는 "저희는 추억이 많다. 누가 잘탔든 못탔든 격려를 서로 많이 해줬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오는 내가 일본에 가면 좋아하는 선물을 많이 해준다. 일본 식품들을 좋아하는데 나오가 택배로 자주 보내준다. 나는 한국 식품을 일본에 보내준다. 그런 추억이 많다"고 설명했다.

고다이라는 "상화는 항상 친절하다. 월드컵에서 내가 1등한 적이 있다. 우승 직후 네덜란드에 가야 했는데 공항으로 가는 택시비를 상화가 대신 내줬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제가 이겨서 기분이 안좋을 수 있는데 공항 가는 택시도 잡아주고 택시비까지 내줘서 기분이 좋았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상화는 스케이터로서도 대단히 훌륭한 선수다. 나는 상화를 제 친구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상화, 고다이라 나오 / 사진=연합뉴스
이상화, 고다이라 나오 / 사진=연합뉴스
4년 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고다이라와 경쟁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생각해본 적 없다"며 "지금 끝난 올림픽부터 제대로 쉬고 싶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고다이라는 고민하다 한국어로 "몰라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상화는 "작년에 고다이라에게 '평창 끝나고 베이징올림픽에도 출전할 거냐'고 물었더니 고다이라가 '네가 하면 한다'고 했다"며 "그때는 정말 재밌게 넘겼다"며 웃기도 했다.

고다이라와 이상화의 우정을 목격한 시청자들은 "스포츠인의 매너 멋지다", "세계 챔피언 답다", "인성도 금메달 급"이라는 반응을 보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