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하늘 날아오른 클로이 김… 부모님 나라서 '금메달 예약'
“고(Go) 클로이~!”

12일 오후 1시30분 강원 평창 휘닉스스노경기장. 언덕 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예선 출발선에 한국계 미국 스노보더 클로이 김(17·한국명 김선·사진)이 나타났다. 언덕 아래 도착점에 몰려 있던 관람객이 손을 흔들며 환호했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열광한 이들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미국인 등 다양했다.

클로이 김은 스노보드 슈퍼스타다. 2015년 동계 엑스게임에서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15세)을 세웠다. 2016년 릴레함메르 동계 유스올림픽에서는 2관왕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그해 열린 US그랑프리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백투백1080(연속 3회전 점프 기술)’을 성공시켜 100점 만점을 받았다.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클로이 김은 2000년 4월23일생으로 아직 만 18세가 되지 않은 10대다. 네 살 때 아버지(김종진)의 권유로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여섯 살 때 미국스노보드연합회가 주최한 내셔널챔피언십에서 3위에 올라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냈다.

부모님의 나라에서 올림픽에 데뷔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그는 앞서 “올림픽 출전은 오랜 꿈이었다. 첫 올림픽을 부모님 나라에서 치르는 건 더 특별한 운명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로이 김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나이 제한에 걸려 출전하지 못했다. 스노보드는 만 14세 이상만 출전할 수 있다.

하프파이프는 인기 스노보드 종목이다. 드럼통을 반으로 잘라 언덕에 미끄럼틀처럼 비스듬히 걸쳐 놓은 듯해서 하프파이프란 이름이 붙었다. 높이 6.7m, 기울기 17~18도, 폭 19~22m, 길이 170m가량의 미끄러운 슬로프를 좌우로 오가며 연출하는 공중 묘기가 그 어느 종목보다 화려하고 박진감 넘친다. 하지만 30초가량의 짧은 시간 안에 점프, 회전 등 고난도 기술을 선보여야 하는 만큼 부상도 많다. 선수들은 충격을 줄이기 위해 종종 마우스피스를 물고 경기한다. 박영남 SBS 스노보드 해설위원은 “얼마나 높이 솟구쳐 오르느냐에 점수를 많이 주는 게 최근 추세”라고 말했다.

1, 2차 예선을 통해 12명의 결선 진출자를 가리는 이날 예선에서 클로이 김은 1차 시도에서 91.50점, 2차에서 95.50점을 받아 예선 1위로 가뿐하게 결선에 진출했다. 2위 류자위(중국)를 7.75점 따돌린 압도적 경기력이다. 스노보드는 점프 후 착지할 때 엉덩이가 눈에 닿는 등 간단한 실수 한 번에도 10점 이상 점수가 깎여 10~20점대(100점 만점) 점수가 나오는 일이 흔하다. 클로이 김은 특기인 1080도 회전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900도와 720도 회전, 5m가 넘는 공중 도약 기술 등을 안정적으로 섞어 예선을 가뿐히 통과했다.

이날 예선 22번째 주자로 나선 한국 대표 권선우(19)는 1차 시도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19.25점을 받아 하위권으로 처졌고, 분위기 반전을 노린 2차 시도에서도 35점(20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결선 경기는 1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