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소년 그리핀 코넬이 가장 좋아하는 골퍼는 리키 파울러(사진)였다. 5년 전 집 근처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대회에서 처음 파울러를 만난 뒤 둘은 친구가 됐다. 코넬은 매년 2월이면 돌아오는 대회에서 파울러를 만날 생각에 설레곤 했다. 그런 마음을 트위터에 고스란히 담았다. 지난해 1월31일 그는 이렇게 썼다. “드디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 주가 시작됐다. 피닉스오픈 개막이다. 내 친구 파울러를 빨리 만났으면….”

지난해 12월 파울러가 히어로월드챌린지 대회를 제패했을 때도 코넬은 축하의 글을 올리고 파울러와의 만남을 고대했다. “축하해요 내 친구 파울러. 버디 잡는 거 모두 집에서 봤어요. 조만간 봐요.”

그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선천성 호흡장애를 앓던 코넬은 지난달 23일 고향에서 병이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1주일 후면 피닉스오픈이었고, 1년을 기다려온 파울러를 만날 수 있었다.

파울러는 1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의 TPC 스코츠데일(파71)에서 열린 피닉스오픈 1라운드에서 코넬의 사진을 모자에 붙이고 라운드를 했다. 코넬은 파울러의 ‘1호팬’이었다. 파울러는 “내 샷이 좋든, 좋지 않든 코넬은 늘 엄지를 치켜세워줬다. 16번홀에서 내가 샷을 잘못쳤을 때 유일하게 야유를 보내지 않은 친구가 코넬이었다”고 했다. 로마시대 원형극장 같은 스탠드로 둘러싸인 16번홀(파3)은 선수들이 친 공이 그린에 올라가지 못할 경우 갤러리들이 야유를 퍼붓는 곳으로 유명하다.

파울러는 경기에 나서기 직전 하늘에 있는 코넬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핀, 너는 내 마음속에 살아 있는 레전드야. 언제나 우리 팀인 코넬,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파울러는 이날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6타를 쳤다. 선두 빌 하스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