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우리도 쿨러닝!'… 동계 첫출전 동남아 선수들
열대 기후인 동남아시아에서는 동계올림픽 메달이 눈송이만큼이나 귀할 터다.

31일 AFP 통신은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낸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선수들을 조명했다.

이들 나라는 평창이 동계올림픽 데뷔 무대다.

피겨 남자 싱글에 나서는 말레이시아의 줄리언 이(20)는 어릴 적부터 쿠알라룸푸르 시내 쇼핑몰의 작은 아이스링크에서 피겨 기술을 연마해야 했다.

"대형 여객기가 매우 작은 활주로에 착륙하는 격이었다"고 이는 말했다.

낮에는 링크에 사람이 많아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일주일에 하루나 반나절만 쉬며 매일 기술을 갈고 닦았다.

후원자는 물론 피겨 교육 프로그램도 없어 이의 부모는 그를 위해 거액의 돈을 써야 했다.

방학 때면 한국이나 중국으로 피겨 유학을 보내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돈 버리는 미친 짓'이라고 수군거렸다고 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는 지난해 열린 동남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7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는 8위라는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지난해 9월에는 독일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평창행을 확정하며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AFP는 "이는 열악한 환경, 부족한 지원, 주변의 회의적인 반응을 이겨내고 꿈을 좇는 운동선수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싱가포르 대표로 쇼트트랙 여자 1,500m에 나서는 샤이엔 고는 4살에 이주한 캐나다에서 아이스하키를 배웠다.

2010 밴쿠버 대회를 보다가 쇼트트랙의 매력에 푹 빠져 전향했다.

지난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고는 대학 입학을 미룬 채 캐나다와 싱가포르를 오가며 맹훈련해왔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레전드 전이경 코치가 그를 조련하고 있다.

입상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고의 팬들은 그가 올림픽 무대를 누비는 모습만으로도 싱가포르의 동계스포츠 인기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빙상연맹의 소냐 총 회장은 "리우 올림픽에서 수영선수 조셉 스쿨링이 싱가포르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면서 수영 인기가 높아졌다"면서 "이번에는 동계스포츠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