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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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이 4골을 넣고도 졌다."

8일 새벽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 아레나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신태용 감독)과 러시아와의 평가전이 총체적 수비 불안 끝에 2대4 패배로 끝나자 네이버 뉴스의 한 네티즌은 이 같은 자조했다.

경기는 2대4로 한국 대표팀이 2골을 넣었지만, 실제 러시아 4득점 가운데 2골은 한국 김주영)29·허베이 화샤)의 자책골이었던 탓이다.

대표팀은 이날 후반 40분까지 0대 4, 무려 4골 차로 크게 뒤졌다. 러시아 선제골은 전반 종료 직전인 44분 터졌다. 오른쪽 코너킥을 스몰로프가 거의 선 채로 헤딩으로 첫 골을 뽑았다. 문 앞 한국 수비진은 많았지만 스몰로프의 움직임을 막아서지 못했다.

이후 러시아의 추가 2득점이 김주영의 자책골이었다. 후반 10분 러시아의 오른쪽 코너킥을 알렉산드르 코코린이 헤딩하자, 공이 김주영의 몸을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2분 뒤 또 한 번 김주영의 자책골로 무너졌다. 후반 12분 왼쪽 유리 지르코프의 크로스가 이를 걷어내려던 김주영의 왼발에 맞고 골로 연결됐다. 0대 3, 경기의 분위기가 러시아로 기우는 결정타였다. 러시아는 후반 37분 알렉세이 미란추크의 추가골로 0대4까지 달아났다.

이날 평가전은 김주영에겐 최악의 평가전으로 남을 전망이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기록했지만 지난 6월 이후 신 감독이 지휘봉을 넘겨 받은 이래 무기력한 경기 내용에 비판이 거셌다. 이날 러시아 평가전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첫 공격형 축구를 기치로 내세운 경기였다.

하지만 김주영은 이날 선수 생활을 통틀어도 몇 번 실수하기 힘든 자책골을 2분 사이에만 2골을 내주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신태용호의 무승 오점을 깨야하는 중요한 국가대표팀 경기 내용이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후반 막판 권경원과 지동원이 2골을 만회했지만 2대4로 경기가 끝나면서 김주영의 실책은 더 뼈아프게 남았다. 김주영의 신태용호 출전은 지난 8월 31일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교체출전 이후 두번째였다. 2014∼2015년 대표팀 경기 때 등용됐지만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김주영의 자책골을 떠나서도 이날 대표팀은 만성적인 수비 불안과 함께 전반적 경기 운영이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기존 한계를 고스란히 반복했다. 추석 연휴 일요일 새벽 뜬 눈으로 평가전을 지켜본 팬들 역시 실망감이 컸다.

신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골 결정력이 떨어지고 세트피스 수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진 게 패인"이라며 "K리그 선수들 없이 운영하다 보니 수비 풀가동을 할 수 없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리백 훈련을 이틀하고 경기에 나섰는데 세트피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자책골이 2골이나 나왔다"며 "이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오후 10시 30분 스위스에서 모로코와 2차 평가전을 치른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