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첫 날 공동 58위·캐나다오픈 3라운드 공동 12위에서 역전승

'슈퍼 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새로운 '역전의 명수'로 떠올랐다.

박성현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열린 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2위 이미림(27)을 2타 차로 따돌린 박성현은 경기를 먼저 마친 뒤 한동안은 연습 그린에서 연장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챔피언 조가 18번 홀 경기를 진행하고 있을 때는 우승을 낙관하고 연습을 서서히 중단할 정도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전날 3라운드가 끝났을 때만 하더라도 박성현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6언더파를 기록한 박성현은 공동 선두였던 모 마틴(미국), 니콜 라르센(덴마크)에게 4타 뒤진 공동 12위였기 때문이다.

4타 차이 자체는 그렇게 큰 격차가 아니었지만 박성현보다 앞선 순위에 11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제치려면 웬만한 성적 가지고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같은 4타 차이라도 앞에 한 명만 따라잡으면 되는 상황과 4타 차이 사이에 11명이나 늘어서 있는 것은 따라가는 입장에서 느낌이 '천지 차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성현은 '웬만하지 않은 성적'을 4라운드에 적어내며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마지막 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치며 오히려 2위에 2타 앞선 우승을 일궈낸 것이다.

8번부터 10번 홀까지 3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에 올랐지만 3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3위였던 전인지(23) 역시 8, 9, 10번 홀 연속 버디로 다시 1타 차 단독 1위에 오르는 접전이 펼쳐졌다.

14, 15번 홀에서 연달아 버디 퍼트가 아깝게 빗나가는 '무력시위'를 한 박성현은 전인지의 12번 홀 보기로 공동 선두를 이뤘고, 곧바로 16번 홀에서 '역전 버디'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았다.

특히 전인지와는 국내에서 함께 활약할 때도 '라이벌' 구도가 형성된 사이였기에 둘의 우승 경쟁은 더욱 흥미진진했다.

3라운드까지 10위권 밖이었기 때문에 먼저 경기를 끝내고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었던 박성현은 18번 홀(파5)에서 시원한 '투온'에 이어 가볍게 버디를 잡아 2타 차로 달아났다.

반면 이후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전인지는 18번 홀에서 이글을 해야 연장에 갈 수 있었지만 두 번째 샷이 벙커로 들어가며 오히려 1타를 잃었다.

박성현은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 84.6%(11/13), 그린 적중률 83.3%(15/18), 퍼트 수 28개 등으로 앞선 1∼3라운드에 비해 훨씬 좋은 경기 지표를 나타냈다.

3라운드까지는 페어웨이 적중률 61.5%(24/39), 그린 적중률 74.1%(40/54), 평균 퍼트 수 29.7개였다.

박성현은 7월 US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할 때도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1라운드가 끝났을 때는 공동 58위로 컷 통과를 걱정할 판이었지만 끝내 마지막 날 우승까지 차지했다.

2라운드까지도 선두에 7타 뒤졌고, 3라운드부터 만회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최종라운드를 앞두고는 선두와 3타 차이가 났다.

결국 그때도 마지막 날 펑산산(중국), 아마추어 최혜진(18)과 14번 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가 15, 17번 홀 징검다리 버디로 우승했다.

당시 15번 홀 7m 긴 버디 퍼트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이번 대회에서도 16번 홀에서 약 4m 버디로 단독 1위가 됐다.

물론 골프에서 세계적인 톱 랭커치고 '유독 4라운드에 약하다'거나 '뒷심이 부족한 것이 단점'이라는 평을 듣는 선수는 없다.

하지만 올해 LPGA 투어에 뛰어든 신인이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메이저 대회 첫 승, 상금 1위에 오른 이번 대회 우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하는 모습은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