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랑거처럼"… 노장신화 꿈꾸는 '형님들'
“요즘엔 전에 없던 갤러리들이 보여서 그런지 성적 경쟁이 엄청 치열해졌어요. 카트 타고 다니다가 이젠 걸어다녀요. 갤러리들과 속도를 맞추려는 거죠. 허허!”(신용진 프로)

남자골프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가 소리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로 불린 3~4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팬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고령화 단계에 접어든 데다 건강한 ‘5060 골퍼’가 워낙 많아진 결과다. 그동안 소외된 한국프로골프(KPGA) 정규 투어(코리안 투어)가 대회 수와 상금 규모 등이 크게 늘어나는 등 꾸준하게 성장한 것도 열기에 군불을 땠다.

특히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투어 1인자 베른하르트 랑거(60)처럼 필드를 지배하는 스타급 시니어 강자의 잇따른 등장은 밋밋해질 수 있는 챔피언스 투어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랑거는 PGA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 33승(메이저 10승)을 거머쥔 최강자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시니어 투어에서만 11년간 2326만달러(약 261억원)를 벌었다.

‘형님투어’ 종횡무진 누비는 빅4

"우리도 랑거처럼"… 노장신화 꿈꾸는 '형님들'
한국의 랑거를 꿈꾸는 대표 주자는 ‘부산 갈매기’ 신용진(53), ‘독사’ 최광수(57)를 비롯해 ‘장타왕’ 김종덕(56), ‘살아있는 전설’ 최상호(62) 등이 꼽힌다. 이른바 ‘형님 투어 빅4’다.

신용진은 20~30대 동생들이 지배하고 있는 코리안 투어를 함께 뛰고 있는 유일한 선수다. 지난 3일 에이프로젠제약·경인일보 선수권 대회를 제패해 시즌 2승, 통산 4승째를 수확했다. 2주 연속 우승까지 기록하며 기세를 올린 그는 시즌 상금 4940만원을 쌓아 상금 선두에 올라섰다. 코리안 투어 8승도 기록 중인 그는 올해 사상 최초로 코리안 투어와 시니어 투어 동시 석권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신용진은 “어려운 목표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골프 회원권 관련 사업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광수는 지난 6월 챔피언스 투어 2회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시니어 투어에서만 12승째를 거머쥐며 왕년의 위용을 재연하고 있다. 최광수는 “코리안 투어에서도 15승을 올린 만큼 시니어 투어에서도 15승을 거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올 시즌엔 상금왕 타이틀 탈환이 급선무다. 2012년부터 3년 연속 시니어 투어 상금왕에 오른 그는 2~3년 전부터 이부영(53), 강욱순(51), 공영준(55), 신용진 같은 신진 강호들의 대거 등장으로 절대 강자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열린 그랜드CC배 대회를 제패한 김종덕은 랑거처럼 롱벨리퍼터를 사용해 눈길을 끈다. 왕년에 비거리 290야드를 넘나들었던 그는 신용진과 함께 시니어 장타그룹의 리더로 꼽힌다. 지금도 평균 270~280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린다. 시니어 투어 통산 7승을 기록 중인 그는 2011년 한국과 일본 시니어 투어에서 동시에 상금왕을 기록해 해외에서도 명성을 쌓았다.

최상호 그랜드 시니어 ‘절대강자’

60세 이상 큰형님들이 자웅을 겨루는 그랜드시니어 부문은 ‘살아있는 전설’ 최상호 프로의 1인 천하다. 올해 열린 네 개의 그랜드시니어 대회 가운데 세 개를 쓸어담았다. 코리안 투어 43승, 시니어 투어 24승 등 생애 통산 67승을 쌓았다. 우승할 때마다 ‘사상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투어 열기가 시나브로 뜨거워지면서 시니어 투어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크게 늘었다. KPGA는 시니어 투어 창설 21년째인 올해 처음으로 3개 대회에서 예선까지 치렀다. KPGA 관계자는 “중견기업 세 곳에서 신규 대회 후원 의사를 밝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