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레스터시티' 꿈꾸는 강원FC…'파격 실험' 결실 맺을까
2017시즌 한국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 진입에 성공한 강원FC가 폭풍 선수 영입에 이어 시즌 연간회원권 판매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조국 이근호 이범영 등 리그 정상급 선수 영입으로 팀 전력 상승 기대감과 함께 세계 최초로 ‘스키점프 축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하는 등 파격 행보가 팬심 잡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2015~2016시즌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창단 132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레스터시티FC의 돌풍이 K리그에서 재현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리그 레스터시티' 꿈꾸는 강원FC…'파격 실험' 결실 맺을까
연간회원권 이틀 만에 작년 6배 팔려

강원FC는 지난 23일 내년 시즌 홈 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연간회원권 판매를 시작해 이틀 만에 800장을 판매했다. 올 시즌 판매한 138장의 6배 가까이 된다.

'K리그 레스터시티' 꿈꾸는 강원FC…'파격 실험' 결실 맺을까
내년 시즌 새로운 홈경기장인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핑타워스타디움의 1만900개 좌석을 7개 등급(G1~3, W1~2, F1~2)으로 나눈 회원권은 70% 파격 할인가(성인 기준 14만5000~26만원)로 판매 개시 하루 만에 600여장이 팔렸다. 구단 홍보팀 관계자는 “내년 시즌 회원권 판매 수익이 팀 창단 이후 최고인 5억~6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조국 등 폭풍 영입 … 팬심 흔들어

강원FC는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이달 초부터 공격적으로 선수를 영입했다.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이근호(31)를 시작으로 오범석(32) 문창진(23) 김경중(25) 이범영(27) 황진성(32) 등이 강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21일에는 올 시즌 K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상(MVP)에 오른 스트라이커 정조국(32)까지 가세해 ‘폭풍 선수 영입’의 정점을 찍었다. 소문만 무성했던 베트남 출신 1호 K리거인 르언쑤언쯔엉(21) 영입도 26일 마무리했다.

조태룡 강원FC 대표는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전북 현대, FC서울에 맞먹는 팀을 완성하겠다”며 “내년 7월 이적 시장까지 선수 영입을 이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내년 구단 예산 올해 3배 … 200억원

강원FC는 내년 시즌 운영예산을 올해(60억원)의 세 배가 넘는 2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고액 연봉 선수 영입으로 늘어난 비용을 충당하고 구단 가치 상승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필요한 최소 금액이라는 게 구단의 주장이다. 문제는 수익원 확보와 스폰서 영입이다. 구단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30여곳의 지역 상점이 후원에 나서는 등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강원도 후원금 80억원과 네이밍 스폰서십 80억원, 회원권과 경기장 내 광고 판매 등으로 40억원의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격 행보에 재정악화 우려 커져

일각에선 일단 지르고 보는 강원FC의 공격적인 행보가 자칫 구단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예년 수준인 40억원 외에 추가 지원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고, 80억원의 네이밍 스폰서십 제안을 받은 강원랜드도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창단 이후 매년 40억원을 후원해오다 2015년부터 20억원으로 후원액을 낮췄다.

후원금 지급 문제로 선수들이 유니폼에 새겨진 ‘하이원리조트’ 글자를 가리고 경기에 나선 ‘블랙아웃’ 사태로 갈등의 골도 깊다. 강원랜드 홍보실 관계자는 “공기업 특성상 특정 종목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할 수 없다”며 “현재로선 올 수준인 20억원 규모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