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호가 자금을, 이규혁은 운영 맡았다"

전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38·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이 현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조카이자 중학교 후배인 장시호(37, 개명 전 장유진) 씨와 함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을 기획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동안 재능기부 차원에서 좋은 취지로 동참했다는 이규혁의 해명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규혁이 지난해 3~4월부터 이사진을 직접 모았다"며 "센터 설립 계획은 장시호와 이규혁이 함께 짰다.

초기 구상 단계부터 이미 스포츠토토 빙상단 창단까지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6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설립에 앞서 장시호는 이 단체의 행사와 이벤트를 도맡을 회사까지 일찌감치 만들었다"며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장유진이 자금을, 이규혁이 운영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지난해 6월 빙상·설상 종목의 유소년 선수들을 육성하고 은퇴 선수들의 일자리 창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동계 스포츠 붐 조성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고, 문체부로부터 6억7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런 가운데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이 재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특혜성 정부보조금을 받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지난 7월 스피드스케이팅 유소년 선수 8명과 지도자 4명이 일본에서 20여 일간 전지훈련을 하면서 1억4천800만원의 돈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전지훈련 비용에 대해 빙상계 관계자는 "저 정도 규모면 전지훈련비가 5천만원 정도면 충분하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며 "전지훈련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됐다면 그에 따른 이익은 장시호 측 회사로 흘러들어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설립 취지인 영재 선수 발굴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빙상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규혁의 유명세 때문에 선수들을 모을 수 있었지만, 점차 다른 지도자들이 선수를 보내주지 않아 수급이 어려워진 것으로 안다"며 "영재 선수에 대한 검증 절차도 불투명하다.

결국, 후배들에게 부탁해서 선수들을 데려와 운영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둘러싼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문체부는 국고보조금의 적정 집행 여부,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의사결정 과정, 법인설립 및 운영 과정 등에 대해 특별감사를 하기로 했다.

한편, 이에 대한 해명을 들으려고 이규혁과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