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판 타 구단 이적설로 구단과 관계 틀어진 듯

'가을야구' 참가가 곧 '절반의 성공'을 의미하는 KBO리그에서 4년 연속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염경엽(48)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스스로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염 감독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LG 트윈스와 방문 경기에서 4-5로 져 시리즈 전적 1승 3패로 탈락이 확정된 직후 "4년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우승하지 못해)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하다.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넥센이 거둔 성과를 살펴보면, 염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록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염 감독은 올해 꼴찌 후보로까지 꼽히던 넥센을 정규시즌 3위에 올려놨다.

투수력 열세로 치른 준플레이오프 탈락이 자진사퇴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다.

시즌 막판 염 감독은 내년부터 수도권 모 구단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이때부터 염 감독의 거취를 둘러싼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됐고, 염 감독은 "자꾸 흔들면 떠나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염 감독은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구단과 3년 재계약을 체결했고 2017년 계약이 마감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계약이 남은 감독의 이적설은 구단과 사이를 갈라놓을 만했다.

올해 넥센은 이장석 대표의 검찰 조사와 구단 압수 수색 등 뒤숭숭한 일이 많았는데, 이러한 가운데 염 감독의 이적설이 퍼진 게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염 감독과 구단은 최근 2년 동안 선수단 운영 방향을 놓고 여러 차례 충돌을 빚어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었다.

시즌 막판 구단과 염 감독의 '불편한 동거'는 시한부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고, 실제로 넥센 구단은 시즌 종료 후 원만하게 염 감독과 작별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넥센 구단 관계자는 염 감독의 전격적인 자진사퇴 선언에 "상의 없이 감독의 일방적인 발표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넥센과 혈전을 벌인 LG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날, 감독 사퇴로 '잔칫상에 재를 뿌렸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날 LG 관계자들은 경기가 끝난 뒤 염 감독 사퇴로 어색해진 분위기에 한껏 웃지 못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4b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