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거나 한국계이거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최근 3연승을 챙긴 K골프가 랠리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14일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다. 올 시즌 국내 투어에서 7승을 거머쥔 박성현(23·넵스)이 7언더파를 몰아쳐 K랠리에 시동을 건 데 이어 생애 첫 승을 노리는 한국계 앨리슨 리(미국)가 선두권을 지키며 랠리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한국 선수는 지난달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LPGA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을 제패한 데 이어 김인경(28·한화)이 레인우드클래식, 장하나(24·비씨카드)가 푸본타이완챔피언십을 잇달아 석권했다. 이번 대회까지 한국(계)가 제패하면 올 시즌 처음 K골프 4연승이 완성된다.

◆“박성현·전인지 대결 보자”

‘대세’ 박성현이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 2라운드 9번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세’ 박성현이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 2라운드 9번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세’ 박성현은 이날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에서 보기 2개를 내준 반면 버디 9개를 쓸어담아 7언더파 65타를 쳤다. 전날 이븐파 72타로 중위권에 머물렀던 박성현은 중간합계 7언더파로 선두 브리타니 랭(미국)에게 3타 뒤진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은 2개 라운드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타수 차다. 퍼트 거리감을 못 맞춘 전날과 달리 이날 박성현은 버디 기회를 대부분 살렸다. 그는 “어제와 다른 건 거리감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점”이라며 “그린이 빨랐지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온 3퍼트를 한 8번홀(파3)과 보기를 범한 11번홀(파4)이 아쉬웠다. 박성현은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에서 10언더파 62타로 코스레코드를 경신한 게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전날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의 은퇴식에 몰렸던 구름 관중은 이날도 재연됐다. 특히 한 조로 티오프한 박성현과 전인지를 보러 온 팬들만 3000여명(주최 측 추산)에 달했다. 두 스타 골퍼의 대결에선 박성현이 전인지를 압도했다. 전인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이븐파를 쳐 타수를 덜어내지 못했다.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적어내는 들쭉날쭉한 플레이가 아쉬웠다. 공동 33위.

◆‘이글’ 잡은 앨리슨 리

첫날 7언더파를 몰아쳐 3타 차 단독 선두에 올랐던 앨리슨 리도 이글 1개, 버디 3개를 뽑아내며 2언더파 70타를 쳤다. 중간합계 9언더파로 선두에 1타 뒤진 단독 2위로 내려왔다. 전반에 잘 먹히던 퍼트가 후반 들어 급격히 무뎌지며 흔들렸다. 보기 3개가 모두 후반에 나왔다. 앨리슨 리는 “10번홀에서 3퍼트 보기를 했는데 그 뒤부터 조금 흔들렸다. 이글이 나와 기분을 조금 수습했지만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며 아쉬워했다.

앨리슨 리
앨리슨 리
앨리슨 리는 박성현 전인지만큼이나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미국 UCLA에 다니며 투어를 병행하는 그는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스마트폰으로 한국팬들과 사진을 찍으며 “이거 잘 나와야 하는데!”라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앨리슨 리는 아버지(이성일)가 아일랜드계 한국인, 어머니(김성신)가 토종 한국인이다. 외모는 아일랜드인 피가 섞인 아버지를 닮아 이국적이다. 그는 “집에서도 한국말만 쓴다. 어제도 엄마와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했다”고 한국어로 말했다.

학업과 프로골퍼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그는 “바쁠수록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되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첫날 2오버파를 쳐 공동 55위에 머물렀던 아마추어 ‘괴물 골퍼’ 성은정(영파여고 2)도 이날 6언더파를 몰아쳐 공동 10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보기 1개를 내준 대신 버디 7개를 쓸어담았다. 이 대회는 예선 탈락 없이 출전선수 전원이 최종 4라운드까지 마친 뒤 순위를 정하는 ‘리미티드 필드’ 방식으로 치러진다.

영종도=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