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ing Tech – [2]

모터스포츠로써의 드리프트

21세기 들어 드리프트는 일반 도로에서 서킷으로, 공터에서 대회장으로 이동했다. 드리프트가 단독 모터스포츠 카테고리의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스트리트 드리프트에서 모터스포츠로의 변화다.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1990년대 말부터는 공도 드리프트 근절 대책이 강화됐다. 이와 함께 드리프트 전용 코스를 설치한 서킷의 등장과 환경 정비도 진행됐다. 이미 한껏 인기가 타오른 드리프트를 마냥 금지할 수는 없는 일. 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일본 D1GP에 참가한 차량들. 사진=D1GP 공식 홈페이지
일본 D1GP에 참가한 차량들. 사진=D1GP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건전한 아마추어 모터스포츠로의 전환시키려는 노력으로 인해 합법적으로 드리프트를 즐기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드리프트 이벤트나 시설, 서킷 사용료 등이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 드라이버에 의한 시범이나 강습도 열려 이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고, 안전한 서킷에서 마음껏 운전 기술을 시험할 수 있어 최근에는 서킷 주행이 주류로 편입됐다.

서킷에서의 드리프트 주행에도 문제는 있다. 통상의 스포츠 주행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강력한 마찰음과 노면의 검정 스키드마크가 남는 것이다. 드리프트를 하면 타이어에서 흩뿌려지는 고무가 노면에 잔류, 다른 차량들의 주행에 방해요소가 됐다.

게다가 드리프트 주행과 통상의 스포츠 주행은 서킷에서 이용하는 라인과 주행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양쪽이 동시에 주행하는 것이 위험하다.(물론 한 서킷에서 두 가지 주행을 함께 하는 경우는 없다. 위험하니까.) 때문에 최근에는 서킷에 따라 드리프트 전용 코스를 마련하는 사례도 있다. 또 일반 스포츠 주행을 할 때는 의도적인 드리프트 주행을 금지하는 경우도 많다. 두 가지 주행을 하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드리프트 전용 주행타임을 따로 마련되기도 한다.
일본 D1GP에 참가한 차량들. 사진=D1GP 공식 홈페이지
일본 D1GP에 참가한 차량들. 사진=D1GP 공식 홈페이지
D1GP개막, 프로 모터스포츠로

일본에서 2001년부터 드리프트를 주제로 한 가장 큰 대회가 열렸다.‘전 일본 프로 드리프트 선수권’(D1GP)이 그것이다. D1GP는 시리즈제로 운영되며, 최근에는 도쿄의 오다이바 후지TV 본사 앞 특설 서킷에서 열린다. 미국 GP도 개최되고 있다. 2006년부터는 하위 범주로 ‘D1스트리트 리갈’도 출범해 운영 중이다.

드리프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며 드리프트 대회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2004년부터는 미국에서 SCCA(스포츠카 클럽 아메리카) 주최로 ‘포뮬러 드리프트’(‘포뮬러D’로 불림)라는 명칭으로 시리즈전이 열렸다. 뉴질랜드와 호주·영국·아일랜드 등에서도 드리프트 주행의 시리즈가 열리고 있다. 2008년부터는 이들 각국의 드리프트전 시리즈의 상위 입상자를 한자리에 모아 레드불 주최로 세계 드리프트 선수권(Red Bull Drifting World Championship)이 개최되는 등 드리프트 주행 자체를 모터스포츠로서 흥행시키려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D1GP에 참가한 차량들. 사진=D1GP 공식 홈페이지
일본 D1GP에 참가한 차량들. 사진=D1GP 공식 홈페이지
스포츠로서 드리프트 주행의 최대 특징은 다른 모터스포츠가 경쟁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모터스포츠는 원칙적으로 일정한 코스를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를 겨룬다. 드리프트는 속도만큼이나 드리프트 주행 중의 자세 등 아름다움을 종합적으로 겨루는 채점 방식을 취한다. 그래서 경쟁하는 드라이버들의 우열을 판단하는 심판의 판정이 매우 중요하다.(물론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D1GP 등 일부 기계식 채점을 도입한 시리즈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모터스포츠를 스피드 스케이팅에, 드리프트는 피겨 스케이팅에 비유한다.

모터스포츠로서 드리프트가 확립된 역사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다. 따라서 심판들의 채점 기준은 시리즈마다 크게 다르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은 드리프트 주행을 관할 대상으로 놓지 않는다. 국제적으로도 경기를 총괄하는 단체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드리프트 주행에 관한 모터스포츠 라이센스도 지금은 각지의 시리즈 주최 단체가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상황이다.

향후 드리프트 주행을 모터스포츠로서 확대 보급시키기 위해서는 채점 기준과 라이센스의 국제적인 통일이 필요하다. 국제적인 경기 총괄 단체의 설립 등도 현재 드리프트 모터스포츠가 안고 있는 과제다. 실제로 2013년부터 일본자동차연맹(JAF)이 드리프트 경기를 공인 경기 대회의 대상에 추가하는 등 기존 모터스포츠 단체가 드리프트 경기를 포용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고두일 객원 칼럼리스트(엔지코퍼레이션 대표, 모터랩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