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전 감독과 함께 도박·이름 팔아 도박자금 가로채기도

전창진(53) 전 프로농구 안양KGC 감독과 함께 도박을 하고, "전 감독이 승부조작을 해줄 것"이라고 속여 도박자금을 가로챈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전 전 감독명의로 돈을 빌려 불법 스포츠도박에 베팅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는 강모(40)씨와 김모(40)씨를 각각 사기와 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1월 A(33)씨와 B(37)씨에게 "전창진 감독이 후보선수를 기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승부조작을 해주기로 했으니 스포츠도박에 베팅하자"며 2억9천여만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사설 스포츠도박으로 따낸 배당금 1억1천여만원을 포함하면 이들이 얻은 금액은 총 4억여원에 달한다.

강씨와 김씨, A씨는 전 전 감독 등과 함께 같은 달 두 차례 서울 강남구 한 연예기획사 사무실에서 이른바 '바둑이' 도박을 했다.

이 도박자금 등으로 A씨에게 억대 빚을 진 강씨와 김씨는 변제 독촉에 시달리자 전 전 감독에게서 경기 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속여 돈을 더 받아냈다.

배당금을 따면 4등분 하고, 잃더라도 원금은 보장해주겠다고 유혹했다.

이들은 돈을 받았을 때 즈음 전 전 감독이 이끌던 부산 KT 경기에 베팅했지만, 결과를 임의로 예상했을 뿐 전 전 감독에게서 정보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씨와 김씨는 지난해 2월 전 전 감독에게도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한 뒤 그의 명의로 사채업자에게서 3억원을 빌려 베팅하기도 했다.

도박 사이트의 베팅 금액 제한에 걸리자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베팅했다.

지난해 2월 20일 부산KT와 서울SK 경기 당시 KT가 6.5점차 이상으로 지는 쪽에 2억원을 걸었는데, KT가 60-75로 져 1억2천300만원의 배당금을 따냈다.

일주일 뒤 KT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에는 앞선 경기에서 따낸 배당금에 2억원을 더해 6점차 이상 패배에 3억2천300만원을 걸었으나, KT가 75-80으로 지면서 단 1점 차이로 판돈을 몽땅 날렸다.

전 전 감독은 주전 선수들을 적게 뛰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부터 수사를 받았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했다.

대포폰으로 베팅한 사람들과 통화를 하는 등 의심스러운 단서는 있지만, 기소할 수 있을 정도의 증거는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검찰은 전 전 감독의 '바둑이 도박'에 대해서만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