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발 비리로 관리단체된 수영연맹 5개월째 회장도 없어
코치들 '몰카 사건' 4월 듣고도 묵살했다는 주장은 부인

한국수영이 고위층의 비리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국가대표 선수들의 '몰카 파문'까지 터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수영 국가대표 선수 A씨가 충북 진천선수촌 여자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영상을 찍은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4년 전 런던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최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또 다른 수영 국가대표 선수 B씨는 A씨의 범행에 공모했다는 의혹이 있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동료 여자 선수를 대상으로 몰카를 찍었다는 점에서 파장은 크다.

한 국가대표 여자 선수는 28일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말할 가치도 없는 범죄행위다"라면서 "호기심에서 했다고 해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수영연맹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5일 선수촌 입촌 대상이었으나 입촌을 며칠 앞두고 3주 병가를 신청했다.

경찰 수사를 받던 때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B씨는 28일 입촌해야 하나 수영연맹은 몰카 파문으로 B씨가 다른 선수와 함께 훈련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일단 입촌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사건은 위기에 처한 한국수영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한국수영은 콘트롤타워 없이 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한국수영을 관장하는 대한수영연맹은 재정악화와 집행부의 불법 비리 행위가 문제가 돼 지난 3월 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됐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 등을 둘러싼 금품 거래와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연맹 전·현직 임원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원과 감독 선임, 심지어 국가대표 선수 선발 등에도 청탁 명목으로 임원들 사이에서 뒷돈이 오간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학연과 지연, 선후배 관계 등으로 맺어진 폐쇄적 조직에서 특정 인맥이 조직을 장악해 전횡한 결과였다.

훈련 환경이나 처우 개선에 써야 할 돈이 빼돌려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떠넘겨졌다.

대한수영연맹은 지난 3월 이기흥 전 회장이 물러난 뒤로 새 수장도 아직 뽑지 못하고 있다.

애초 7월 말에는 새 회장을 선출하려 했으나 시도연맹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이르면 9월 말에나 회장 선거가 가능할 전망이다.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은 이번 '몰카 사건'에 대한 소문이 지난 4월부터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수영연맹의 정상화가 요원해 보이는 상황에서 선수들로서는 고민을 털어놓고 기댈 곳이 마땅치 않았으리라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서 대표팀 코치진이 여자 선수들로부터 몰카 피해 사실을 들었으나 올림픽 준비 등을 이유로 덮으려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표팀의 한 코칭스태프는 "지도자들과 얘기해봤는데 모두 최근에 알았다고 한다"면서 "4월에 소문이 돌았다는 것도 파문이 불거진 이후 면담과정에서 일부 선수에게 들었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금의 연맹 상황에서는 대표팀 지도자들도 오래갈 수 없다는 걸 다 안다"면서 "그런데 누가 그런 비난까지 들으면서 불명예스럽게 나가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대한수영연맹은 리우올림픽 출전 선수들까지 입촌하면 29일부터 지도자와 선수들을 직접 만나 자체 사실확인에 들어갈 계획이다.

수영연맹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hosu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