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애틀랜타 올림픽 부진 계기로 체계적 지원
90억원들인 현지 지원센터서 고시히카리 쌀밥 제공, 6종목 훈련장 설치


21일(현지시간) 폐막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일본이 금 12개, 은 8개, 동 21개로 올림픽 출전 사상 가장 많은 41개의 메달을 획득한 비결이 주목된다.

일본은 금메달 개수를 기준으로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독일에 이어 6위를 차지했으며 금 9개, 은 3개, 동 9개를 획득한 한국(금메달 기준 8위)과의 실력 차이를 확실히 드러냈다.

유도에서는 금메달 3개를 포함해 전체 12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주국으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으며 수영에서는 금 2개를 포함해 9개의 메달을 거머쥐어 기술로 작은 체격의 불리함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일본 언론은 자국 선수들이 전통 종목에서 제 실력을 발휘했으며 과학적인 분석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거듭한 것 등이 효과를 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유도팀의 경우 그간의 시합을 분석한 결과 상대 선수가 먼저 지도(벌칙의 일종)를 받으면 이길 확률이 약 70%라는 점에 착안해 먼저 손을 쓰는 쪽이 이긴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고 22일 보도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코치들은 경기 이틀째까지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한 시합당 평균 지도 횟수가 1.7회로 최근 수년 국제대회 평균 2.2회보다 적은 것을 확인하고 처음 지도를 누가 받느냐가 승부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므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배드민턴계의 전설이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 배드민턴팀이 여자 복식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것도 순혈주의를 타파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아사히신문은 "국내(일본) 지도자를 고집하지 않고 장기적인 시야에서 해외 지도자를 초빙했다"고 소개했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강호 한국에서 초빙한 박주봉 감독이 한 연간 약 200일의 합숙이 효과를 냈다"고 전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 3, 은 6, 동 5개로 1964년 도쿄올림픽 때와 동급의 역대 최저 성적을 낸 후 올림픽을 위한 일본 정부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했다.

일본 올림픽위원회(JOC)는 2001년 국제 경기력 향상전략인 이른바 '골드 플랜'을 작성해 어린 선수 육성이나 지도자 양성에 착수했으며 일본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같은 해 도쿄도(東京都)에 의과학이나 정보 전략 측면에서 선수를 지원하는 국립스포츠과학센터(JISS)가 270억 엔을 투입해 개설됐으며 2008년에는 370억 엔을 투자한 '아지노모토(味の素) 내셔널 트레이닝 센터(NTS)'가 문을 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처음으로 금메달을 하나도 건지지 못한 일본 남자 유도를 리우올림픽에서 부활시킨 이노우에 고세이(井上康生, 38) 감독은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2009년부터 2년간 JOC의 제도를 이용해 영국에 코치 유학을 다녀왔으며 이때 익힌 과학적 훈련법이 이번에 힘을 발휘했다.

일본은 열악한 현지 환경에서 치러진 리우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게 하려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은 선수촌에서 셔틀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시설을 빌린 후 약 8억1천만 엔(약 90억5천만원)을 들여 '하이 퍼포먼스 서포트 센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고시히카리 쌀밥과 낫토(삶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음식), 우동 등 일본 음식이 제공됐다.

또 선수들의 숙소에 샤워기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피로 해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탄산수 욕탕도 설치했으며 유도, 레슬링, 탁구 등 6개 종목의 연습장까지 마련했다.

탁구 여자 단체전에서 두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이시카와 가스미(石川佳純) 선수는 일본에서도 같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