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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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팀 바통터치 실수로 노메달 '수모'…2위 일본에도 져

"한번 지면 얼이 빠지고, 두번 지면 겁이 난다. 그런데 세번째 지면 그건 시스템의 문제다"

단거리 육상선수 최고 조련사로 알려진 미국의 한 고등학교 코치가 리우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은 미국 남자 400m 계주 대표팀을 두고 한 말이다.

마이크 로저스, 저스틴 개틀린, 타이슨 게이, 트라이본 브롬웰로 꾸려진 미국 남자 대표팀은 지난 20일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400m 계주 결승에서 실격처리됐다.

미국은 자메이카와 일본에 이어 3위로 골인했지만 바통 터치 규정을 어겨 캐나다에 동메달을 빼앗기고 말았다.

1번주자 로저스가 2번주자 개틀린에게 바통을 전달할 때 위치가 문제였다.

로저스는 노란색으로 된 출발선을 지나기도 전에 바통을 개틀린에게 전달한 것으로 판독됐고, 캐나다는 어부지리격으로 3위에 올랐다.

미국 남자 400m 계주에 쓰인 '바통의 저주'는 68년 전인 1948년 런던올림픽 때부터 시작됐다.

우승후보라는 기대답게 당연히 1위를 거뒀으나 미국은 리우올림픽과 똑같은 바통 인계구역 이탈로 실격처리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밀 조사한 끝에 판정을 번복해 가까스로 금메달을 찾아오기는 했으나 미국 대표팀에겐 너무도 끔찍한 기억이었다.

미국은 1960년 로마올림픽 때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는데 런던올림픽 때와는 달리 최종 실격처리되면서 9회 연속 우승을 날리고야 말았다.

'육상 황제' 칼 루이스의 올림픽 3관왕 꿈을 짓밟은 것도 400m 계주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미국은 예선전에서 1등으로 들어왔으나 역시 바통 인계구역을 넘어서는 실수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선 개틀린과 3번주자 코비 밀러가 바통을 주고받으면서 시간을 지체, 결국 영국에 0.001초 차로 금메달을 빼앗겼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다비스 패튼이 게이에게 바통을 넘겨주다 그만 떨어뜨리는 바람에 예선탈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바통 인계구역 이탈로 역시 실격됐다.

게이는 400m 계주 결승전을 치르고 인터뷰에서 "너무 어이가 없어 눈물조차 안 나온다"면서 "불운이 계속됐다.

이 기괴한 일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바통터치가 제대로 됐다고 하더라도 일본에 뒤진 3위로 골인한 것조차 충격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크 투치 델라웨어 고등학교 육상팀 코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볼트가 버틴 자메이카는 그렇다치고 일본에게도 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 단거리 육상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NBC방송은 "400m 계주팀 4명은 오랜 기간 대표팀을 따라다니는 나이트메어(악몽)를 리우에서도 꾸고야 말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