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 gettyimages/이매진스
박인비 ⓒ gettyimages/이매진스
116년 만에 올림픽에서 열린 여자골프 금메달을 차지해 골프 역사상 첫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21일 "주위에서 '다른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도 많이 있었지만 내가 아직 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싶었고 오늘 결과가 행복하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이번 시즌 왼손 엄지 부상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그런 탓에 올림픽 개막 한 달전에서야 출전의사를 굳혔을 정도다.

박인비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실 올림픽에 나가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대로 못 하면 돌아올 것이 뻔한 상황에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며 "심지어 올림픽 출전하겠다고 발표한 뒤에 번복하고 싶은 마음도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욕을 먹을까 봐 올림픽을 포기하는 것은 비겁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부딪혀보자는 마음을 먹도록 도와준 존재가 가족이다. 다만 나는 부딪히더라도 덜 아프게 부딪히기 위해 한 달간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했다.

박인비는 "부상 때문에 스윙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스윙을 잡아나가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며 "결과에 대해서는 나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한계에 도전한다는 자세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후회 없는 올림픽을 하고 싶었고 올림피언으로서 겸허한 마음으로 도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왼손 엄지 부상으로 인한) 통증은 계속 있다. 정도의 차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 핑계를 대고 싶지 않았다"며 "부상 때문에 거리도 줄고, 예상 밖의 미스 샷도 나온 것은 사실이다. 빨리 완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 목표를 이뤘는데 이후 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인비는 "건강해지고 완벽한 컨디션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 달간 긴장하면서 몸과 마음을 혹사했기 때문에 몸에 남은 에너지가 하나도 없는 기분이다. 충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했다.

세계 최초로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룬 것에 대해 "사실 그런 것이 있는 줄 몰랐다가 지난주에 테니스 쪽에 이런 용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나도 그런 업적을 이루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돼서 행운이고 영광"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국민들이 보내준 성원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같이 치던 리디아가 '여기 한국인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며 "오늘은 내가 혼자 한 일이 아니라 많은 분의 힘이 모아서 전달된 결과다. 워낙 응원을 열심히 해주셔서 마치 홀에 자석이 붙은 것처럼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목표가 뭐냐는 질문에는 "이제 뭐를 할까요. (웃음) 아직 모르겠다"면서도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삼으라는 말에) 그때까지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만일 그때까지 선수를 한다면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박인비 ⓒ gettyimages/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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