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소속팀 일정 끝나자마자 대표팀 합류해 3개월 합숙

'배구 여제' 김연경(28·터키 페네르바체)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기간 내내 "쉬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성적 잘 내서 진짜 편히 쉬겠다"고 했다.

그에게 휴식이 너무 빨리 왔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 마라카낭지뉴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패했다.

2대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하고, 1976년 이후 40년 만에 메달 획득꺼지 노렸던 한국 여자배구는 기대보다 일찍 무대에서 내려왔다.

김연경은 코트 위에서 울지 않았다.

4년 전 런던올림픽 3, 4위전에서 패하고 슬프게 울었던 때와는 달랐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히 컸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최고 공격수' 김연경도 살인적인 일정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김연경은 터키리그 포스트시즌 파이널리그까지 치르고 5월 2일에 귀국했다.

정규리그와 유럽챔피언스컵에서도 팀의 주포 역할을 하느라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한국 대표팀의 합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한국은 당시까지 리우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5월 14일부터 24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리우올림픽 세계예선전을 치러야 했다.

김연경은 "이틀 동안 잠만 잤다"며 5월 4일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는 여자 대표팀에 합류했다.

세계 예선에서도 김연경 의존도는 높았다.

센터 양효진, 라이트 김희진, 레프트 박정아 등 '황금세대'를 이뤘지만, 김연경 없이는 배구 강국과 싸울 수 없었다.

김연경 덕에 한국은 세계 예선에서 리우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리우올림픽에서도 중요할 때는 결국 김연경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김연경은 정상적으로 치른 경기에서는 늘 한국 팀의 최다 득점을 올렸다.

8강행을 사실상 확정한 뒤 브라질, 카메룬을 상대할 때 잠시 휴식을 취하긴 했지만, 이미 누적된 피로는 어쩔 수 없었다.

8강 상대 네덜란드는 김연경에게 서브를 집중했다.

김연경의 피로도를 더 높이려는 계획이었다.

김연경이 날아오를 때마다 네덜란드 블로킹이 집중됐다.

3명의 블로커가 달려드는 경우도 잦았다.

김연경은 네덜란드전에서 47차례 공격을 시도했다.

이날 코트에 선 양팀 선수 중 김연경만큼 자주 공격한 선수는 없었다.

성적도 좋았다.

김연경은 공격 성공률은 무려 53.2%였다.

하지만 수개월 누적된 피로에, 이날도 팀이 수세에 몰릴 때마다 자신에게 공이 올라오는 부담은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김연경의 짐을 다른 선수들이 나누지 못하면서 한국 여자배구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김연경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