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리우 인물] '아르헨 요트 선수' 산티아고 랑게
아르헨티나 요트선수 산티아고 랑게(오른쪽). 그의 첫 올림픽은 36세 때 참가한 1988년 서울이었다. 그는 이후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리우올림픽은 랑게의 여섯 번째 올림픽이다. 그동안 동메달도 두 번 땄다. 참가 횟수를 거듭하면서 그는 올림픽 출전자 중 최고령 선수(54세)가 됐다.

대회가 열린 리우 인근 구아나바라 만은 더러웠다. 바다 위에 쓰레기가 떠다녔다. 주최 측에서 하루 두 번 쓰레기를 걷어냈다. 하지만 곧 새로운 쓰레기들이 파도와 함께 요트로 다가왔다. 다른 때보다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경험이 풍부한 랑게에게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노련미가 있었다. 랑게와 그의 팀동료 세실리아 카란자 사롤리는 17일(한국시간) 열린 요트 혼성부 나크라17 종목에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호주 선수를 제치고 우승했다. 랑게가 28년간의 도전 끝에 얻은 첫 금메달이다. 랑게는 경기 후 “이번 올림픽은 매 순간 감격스러웠다”며 “새로운 요트를 타고 사롤리라는 멋진 여성과 함께 경기하는 것은 정말 환상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랑게가 매 순간 감격에 젖은 이유 중 하나는 암이었다. 그는 1년 전 위암으로 위를 절제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올림픽의 꿈을 접을 수 없었다. 그는 치열한 재활과정을 거쳐 암을 극복했고, 다시 올림픽 무대에 올라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선수 생활을 계속하지 않았다면 암을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스포츠는 내게 인내하는 법을 가르쳐 줬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랑게의 두 아들인 야고와 클라우스도 요트선수로 참가했다. 그는 “아들들은 영감을 주는 존재”라며 “그들이 내 시상식에 처음으로 참석할 수 있어 기쁘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