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 러시아와의 경기 때 모습. ⓒ gettyimages/이매진스
김희진. 러시아와의 경기 때 모습. ⓒ gettyimages/이매진스
한국은 ‘김연경 원맨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경기였다. 부진의 늪에 빠졌던 김희진이 날았다.

여자 배구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르카나징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배구 A조 조별예선 3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세트 스코어 3 대 0(25-18, 25-20, 25-23)으로 완파했다.

이날 경기는 스코어보다 김연경 의존도를 낮췄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김연경과 ‘쌍포’를 이뤄야 하는 김희진이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김연경이 19득점을 기록하는 동안 김희진은 17득점을 보태며 36점을 합작했다. 이번 대회 첫 두자릿수 득점이다.

여자 배구대표팀에게 있어서 김희진은 메달 도전의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김연경에 대한 집중 견제를 분산시켜 줄 날개공격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김희진이 2차전 러시아전까지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지난 시즌 V-리그에서 4년여 만에 나온 토종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무기력했다.

절치부심한 김희진은 아르헨티나전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아르헨티나에 강스파이크를 퍼부었다. 컨디션이 회복되자 특기인 서브도 살아났다. 이날 김희진은 세 번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추격이 거세던 3세트 후반엔 강력한 오픈공격으로 추격 의지를 상실시켰다.

경기가 끝난 후 이정철 감독은 “김희진이 라이트 자리에 적응한 것 같다”며 “그 덕에 김연경과 양효진, 김희진의 공격 분포가 고르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 감독의 말대로 이날 경기는 김연경과 김희진이 서로의 ‘미끼’가 되어주는 가장 이상적인 운용이었다.

김희진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늘 같은 날은 기록과 내가 느끼는 것이 다른 날”이라며 완벽하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다만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브라질과의 맞대결엔 자신감을 보였다.

김희진은 “브라질이 강팀이긴 하지만 이상하게 한 번 붙어볼 만한 것 같은 기분”이라며 “4년 전 런던에서도 예선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승리했다.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각오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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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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