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격 선수, 10m 공기권총 금메달…베트남판 '양정모'
박충건 감독이 지도…전자표적 없는 베트남 대신 한국서 주로 훈련


레슬링의 양정모(63)는 한국 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사상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인 뇌리에는 스포츠 영웅으로 각인돼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베트남판 양정모가 탄생했다.

사격의 호앙 쑤안 빈(42)이 당사자다.

호앙은 7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센터에서 열린 10m 공기권총에서 202.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트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호앙은 브라질의 우 펠리페 알마이다(은메달)와 결선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이었다.

실제로 브라질 홈팬의 열렬한 응원으로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만한 소음이 생겼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한 끝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베트남 사격 대표팀 사령탑은 박충건(50) 감독이다.

베트남에는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전자표적이 없다.

이 때문에 베트남 선수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한국에서 자주 훈련했다.

박 감독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에서 훈련하면 메달을 많이 딸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아했다"며 "한국 음식과 문화 호감도도 높다"고 말했다.

호앙은 특히 삼겹살을 좋아한다.

'마늘 주세요', '상추 주세요' 같은 한국말도 할 줄 안다고 한다.

금메달을 딴 뒤 박 감독과 나란히 선 호앙은 "매우 행복하다"면서 "한국 사람들에게도 매우 감사하다.

한국은 정말 좋은 친구"라며 환하게 웃었다.

호앙은 박 감독을 한국어로 "감독님"이라고 불렀다.

호앙의 본업은 군인이다.

계급은 대령에 해당한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많이 우승해 진급을 빨리했다고 박 감독은 귀띔했다.

처음으로 총을 손에 쥔 것은 1998년이지만 선수 활동은 2006년에 시작했다.

호앙의 금메달은 결코 이변은 아니다.

10m 공기권총 세계랭킹은 6위다.

진종오에 의해 깨졌지만, 한때 세계기록도 갖고 있었다.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대회에서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베트남에서 부친 짐이 제때 도착하지 않아 남의 권총을 빌려 경기한 결과였다.

호앙의 사상 첫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자 베트남 현지는 축제 분위기였다.

베트남의 은구엔 은곡 티엔 문화스포츠관광장관은 호앙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번 금메달은 베트남 전국민을 기쁘게 했다"며 "뛰어난 정신력과 결단력을 갖춘 선수와 코치의 덕에 역사적인 결과를 만들었다"고 격려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베트남 언론사에 "이 경기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등 독자들의 축하 이메일이 쏟아지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sw0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