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마신 선수, 최초로 도핑 실격…지나친 남성호르몬 복용해 성전환하기도
기계도핑, 전신수영복, 의족 등 약물 외에도 부정한 수단 많아

금지약물을 복용했다는 이유로 올림픽에서 실격한 최초의 선수는 한스 군나르 리렌바르(스웨덴)다.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 때 근대5종 종목에 출전한 그는 사격 경기 전 긴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맥주를 마셨다.

그는 에탄올 양성반응을 보였고, 스웨덴은 단체전 동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맥주로 시작된 올림픽 도핑은 그후로도 줄곧 스포츠에서 가장 성대한 대회의 명성을 실추시키고 있다.

◇ 올림픽 반도핑 시스템의 역사
근대 올림픽에서 금지됐던 약물들은 스트리크닌(흥분제), 코카인, 헤로인, 와인과 카페인 등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928년 처음으로 반도핑 관련 규칙을 선보였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60년 로마올림픽 때 덴마크 사이클리스트인 크누트 얀슨이 경기 중 암페타민 과다 복용(추정)으로 사망한 후에야 약물 복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1967년 IOC는 반도핑 의학위원회를 설립했고, 1968년 리렌바르가 걸렸다.

그 다음으로 걸린 선수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카페인 지수가 높게 나왔다는 이유로 유도 은메달을 뺏긴 바크하바 부이다(몽골)이다.

카페인은 2004년 금지약물 명단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올림픽 도핑시스템은 한번도 완벽한 적이 없었다.

1989년에는 구 동독 선수 280명 이상이 자국의 도핑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것이 밝혀져 파장이 일었다.

이는 이번에 불거진 러시아 정부 주도의 도핑 사태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당시 도핑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선수 다수는 1976년부터 활동해온 올림픽 및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올림픽 약물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은 한번도 없었다.

특히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는 한 한명의 선수도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후 연구들에 따르면 당시 금지약물을 사용한 메달리스트는 19명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모스크바 올림픽 때 약물 없이 메달, 특히 금메달을 손에 넣은 선수는 거의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IOC는 지난달 말 런던과 베이징올림픽 선수 45명(메달리스트 23명 포함)이 최근 재실시한 약물 검사 때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로서 두개 대회에서 도핑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선수의 수는 98명으로 늘어났다.

◇ '실력도 노력도 아니다' 약물 힘으로 영광 얻은 선수들
자신의 종목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 팬들의 사랑을 받은 이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 100m결승에서 9초79의 경이적인 세계최고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한 벤 존슨(캐나다)은 이후 약물 혐의가 밝혀져 금메달을 박탈당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 대회 5개 메달을 목에 건 최초의 여자 선수가 된 매리언 존스(미국)는 2007년 약물 복용을 시인하고 메달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 사이클의 신화였으나 도핑으로 몰락한 랜스 암스트롱(미국)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인 독주 경기에서 딴 동메달을 반납해야 했다.

암스트롱은 처음 도핑설이 터졌을 때 이를 극구 부인했으나 나중에 결국 시인했다.

지난해 한 방송에 나와서는 "1995년에는 약물 복용이 너무나도 만연했기 때문에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도 다시 복용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라가 주는 약을 먹고 좋은 성과를 낸 선수도 있다.

11세 육상을 시작한 하이디 크리거(여·독일)는 21세가 되던 198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포환던지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국립학교에서 훈련받으며 16세부터 비타민인줄 알고 매일 최대 5알의 남성호르몬이 든 약을 먹었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치솟아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1997년 성전환 수술을 했다.

그의 금메달은 금지약물 복용을 이유로 2012년 박탈됐다.

◇ 약물만이 부정행위의 수단은 아니다.

올해초 사이클계에서는 자전거 바퀴나 프레임에 몰래 모터를 장착해 선수 실력 이상의 속도가 나도록 하는 '기계 도핑(mechanical doping)'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의혹만 있던 '기계 도핑'이 최상위급 국제대회에서 사실로 드러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첨단소재의 전신수영복은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때 수많은 세계기록을 양산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기록 향상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논란이 일어 국제수영연맹(FINA)이 2010년 금지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9)는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비장애인과 겨룬 최초의 장애인 선수로 유명해졌다.

그러나 그의 의족이 일반 선수보다 25∼30%의 에너지 경감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출전을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반면 오른쪽 다리를 잃어 의족을 찬 독일의 멀리뛰기 선수 마르커스 렘(28·독일)은 장애인 남자 멀리뛰기 세계 챔피언이지만 리우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IAAF는 렘으로 하여금 그의 의족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게 했다.

연구 결과가 애매하게 나오자 그는 대회를 포기했다.

렘의 개인 최고 기록은 8m40㎝로, 렘이 런던올림픽 때 이 기록을 냈으면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kamj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