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은 80%…준비 열심히 했으니 모든 것 쏟아붓겠다"
올림픽 앞두고 출사표…"연습 라운드 때 5언더파 쳐봤다"


"그동안 쉬운 길만 걸어오지 않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해낸 적이 많다. 완벽한 몸상태는 아니지만 올림픽에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

한국 여자 골프의 에이스 박인비(28·KB금융)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정을 앞두고 비장한 출사표를 띄웠다.

박인비는 4일 제주 오라 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인비는 5일부터 이곳에서 열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해 리우 올림픽 출전에 앞서 실전 테스트를 벌인다.

왼손 엄지 손가락 인대 손상으로 두달 가량 대회를 뛰지 못한 박인비는 "몸상태는 80% 가량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아직도 통증이 남아 있지만 경기를 충분히 뛸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또 "늘 부상을 안고 선수 생활을 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열심히 준비했기에 올림픽에서 후회없이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박인비와 일문일답.
-- 부상 부위는 어떤가.

▲ 정확한 진단명은 중수지수근골인대 손상이다.

한달 이상 재활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한달 전만해도 골프를 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크게 좋아졌다.

-- 아직도 완쾌되지 않았나?

▲ 통증은 남아 있다.

하지만 반 이상 없어졌다.

18홀 라운드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사실 그동안 부상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 무리해서 경기에 나갔고 부상 쯤은 선수들은 다 있는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완쾌하지 못한 것도 있다.

--연초부터 여러 부상에 시달렸다.

한때 올림픽 출전을 다른 선수에게 양보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출전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

▲ 올림픽 출전을 결정했을 때는 어느 정도 기량을 찾았다는 자신이 있었다.

메달을 따겠다는 의욕 역시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과정에 충실했고 노력했기에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

-- 브리티시오픈은 작년에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대회인데 출전을 포기하고 국내 대회를 선택한 이유는.

▲ 브리티시여자오픈 불참은 힘든 결정이었다.

뜻깊은 대회이고 꼭 타이틀 방어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회 일주일 전까지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내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판단에 불참을 결정했다.

사실 올림픽 가기 전에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려면 대회 한번은 나가야 하기에 브리티시여자오픈과 삼다수 마스터스를 놓고 고민하다 브리티시여자오픈 대신 이 대회를 택했다.

-- 올림픽 출전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는 무엇인가.

▲ 딱 한가지 내 몸상태다.

몸상태가 된다고 판단했다.

모든 선수가 메달을 딸 수는 없지만 좋은 성적을 내고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보고 싶었다.

스폰서 압박이나 임신 등 여러가지 루머가 있었지만 판단 근거는 내가 과연 올림픽에서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느냐였다.

-- 지금 몸상태를 수치로 말하면?

▲ 두달 전 LPGA투어 대회에 나갔을 때가 20∼30%라면 지금은 80%라고 할 수 있다.

-- 올림픽에서 경계해야 할 선수는?

▲ 아무래도 요새 경기력이 좋은 선수들이 경계 대상이다.

리디아 고는 원래 잘 했고 요즘 잘 하는 에리야 쭈타누깐이나 브룩 헨더슨도 잘 하고 있더라. 내가 아니라도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 좋겠다.

-- 올림픽에 나가는 후배 선수들과 올림픽 관련해 대화를 해본 적 있나.

▲ 올림픽이 단체전이 아니지만 올림픽에 관해서 얘기할 기회가 많았다.

-- 그동안 개인 훈련하면서 성적은 어느 정도 나왔나?

▲ 올림픽 코스와 비슷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장에서 주로 연습 라운드를 했는데 5언더파까지는 쳐봤다.

올림픽 코스가 전장이 길지 않다고 해서 짧게 세팅해 라운드했다.

원하는 샷을 칠 수 있는지 중점적으로 점검하면서 라운드했다.

-- 올림픽 출전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어릴 때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무대다.

골프를 시작할 때는 명예의 전당이나 그랜드슬램이 생각했지 올림픽은 생각할 수 없었다.

생소하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고 특별하다.

-- 올림픽을 대비해서 특별히 기술적으로 준비한 게 있나.

▲ 특별한 건 없다.

몸 상태를 끌어 올리는데 주력했다.

가면 닷새 정도 현지 적응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때 가서 보겠다.

-- 이번 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해 여러가지 걱정거리가 많은데.

▲사실 지카 바이러스, 치안, 악어 등등 걱정할 게 많은 대회다.

하지만 내 컨디션에 대한 걱정에 비하면 작은 문제다.

내가 가진 꿈에 비하면 그런 문제는 너무 사소해서 사실 신경도 못 썼다.

그냥 내가 좀 조심하면 될 것 같다.

나머지야 IOC나 이런 데서 잘 알아서 하지 않겠나.

-- 이번 삼다수 마스터스는 두달 만에 대회 출전인데.

▲올 시즌에 모멘텀이랄 게 없었다.

실전 감각을 살려나갔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쉬운 길만 걸어오지 않았다, 불가능한 것도 해낸 적 많다.

이 대회애서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리고 준비한 거 다 펼쳐보이고 싶다.

물론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자신감을 갖고 리우로 갈 수 있겠다.

--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는데.

▲ 지금 가시밭길이 맞다.

그동안 골프 인생 살면서 가시밭길 많았다.

이번에도 헤쳐나가 보자는 생각이다.

국민 성원에도 보답하고 싶다.

그동안 어디를 가던 만나는 사람마다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셨다.

모든 걸 쏟아붓겠다.

-- 4라운드를 다 치를 체력이 되는가?

▲ 3일에 프로암 18홀을 돌았고 오늘 연습으로 13홀을 치렀다.

사실 연습하면서 이틀 연속 라운드는 해보지 않았다.

체력 안배를 하느라 그랬다.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 치면서 큰 무리가 없다면 3, 4라운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 대회에서 중점을 두는 게 있다면.

▲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부상 때문에 스윙할 때 잘 안 나오던 게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통증이 있으면 스윙이 자연스럽게 안된다.

지금 하고 있는 건 몸이 좀 아파도 몸이 저항하지 않고 매끄럽게 스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 아파도 참고 스윙을 한다는 뜻인가.

▲ 선수는 늘 부상과 함께 한다.

-- 함께 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들 평가를 해달라.

▲ 김세영은 시즌 성적도 좋고 자신감도 크다.

든든하다.

전인지는 워낙 꾸준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양희영도 차분하고 꾸준해서 믿음직하다.

-- 어프로치와 퍼팅 감각은 어떤가.

▲ 어프로치와 퍼팅은 기본만 연습했다.

샷 연습을 주로 했다.

사실 어프로치와 퍼팅은 크게 걱정 안 한다.

대회 때마다 코스마다 달라지는 것이라…

-- 코스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전장이 길지 않고 바람이 많다고 한다.

▲ 바람이 심하면 다른 선수보다 더 낮은 탄도의 공을 치는 내게 유리하지 않겠나.

중요한 건 누가 코스 적응을 빨리 하느냐이다.

가면 연습 라운드 이틀 하고 대회를 치러야 하는데 다 같은 조건이라서 짧은 기간에 날씨와 코스를 빨리 파악해야 하는 게 숙제다.

--리우에는 누가 동행하나.

▲ 남편(남기협 코치)과 어머니, 이렇게 셋이 간다.

-- 다시 한번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말해달라.

▲ 올림픽에 나가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고 자부한다.

가서도 열심히 해서 국민 성원에 보답하겠다.

(제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