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이름으로 처음 참가하는 올림픽, 대표 선발 절차 문제 노출

올림픽 개막 8일 전에 날아든 이메일 한 통에 망가 마커크 슈트(27·남수단)의 꿈이 산산이 부서졌다.

영국 가디언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남수단 올림픽위원회가 슈트에게 리우올림픽 개막 8일 전에 '대표 선수로 발탁하지 않겠다'는 이메일 한 통을 보냈다.

슈트는 왜 대표팀에서 탈락했는지 이유도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50년 간 내전을 치르고 2011년 7월 독립한 남수단은 자국 올림픽위원회를 구성했고, 리우올림픽에 나설 '첫 국가대표'를 꾸렸다.

남수단 육상경기연맹은 지난해 11월, 남자 200m 남수단 기록(20초76)을 보유한 슈트를 리우 대표팀에 뽑았고, 그에게 이 사실을 통보했다.

하지만 남수단 올림픽위원회는 리우올림픽 출전 명단에서 슈트 이름을 지웠다.

슈트는 이 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나 호주인 코치 린지 번은 "남수단의 대표팀 선발 과정에 큰 문제가 있다.

슈트보다 국제 경쟁력이 없는 선수가 올림픽에 나간다"고 주장했다.

번은 "국제올림픽위원회와 국제육상경기연맹에 이 문제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슈트는 케냐 난민 캠프에서 지내다 아버지가 사망하자 호주 퍼스로 떠났다.

2012년 슈트를 만난 번은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운영하는 팀 선수로 계약했다.

호주 대표팀 선발을 목표로 뛰던 슈트는 2015년 마음을 바꿔 남수단 국적을 택했다.

올해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아프리카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수단 대표로 출전해 남자 200m 국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슈트의 사연은 호주에 널리 퍼졌고, 슈트의 리우행을 축하하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하지만 슈트는 리우올림픽에 나서지 못한다.

남수단 육상경기연맹은 가디언이 설명을 요청하자 "첫걸음을 떼는 남수단에서는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며 "우리는 슈트를 올림픽 대표로 뽑았지만, 올림픽위원회의 결정은 달랐다.

올림픽 대표 선발 권한을 가진 쪽은 남수단 올림픽위원회다"라고 답했다.

이어 "남자 200m에는 70명 이상의 선수가 출전한다.

경쟁이 매우 심한 종목이다"라며 "슈트가 올림픽 기준 기록(20초50)을 통과하지 못했으니, 대표 자격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남수단은 육상에서 남자 1,500m 샌티노 케니(17), 남자 마라톤 구오르 마리얼(34), 여자 200m 마거릿 루맷(20) 등 3명이 올림픽에 나선다.

번 코치는 "남수단 대표 선수로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 중 슈트만큼 경쟁력을 갖춘 선수가 있는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남수단의 올림픽 첫 출전은 리우올림픽 조직위원회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역사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대표 선발 과정에서 파열음이 났다.

번 코치는 "매우 충격적인 첫 출발"이라고 비난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