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수첩에 숫자와 화살표로 방향·거리 소통

박성현(23·넵스)이 미국인 캐디와 '언어장벽'을 극복하고 메이저대회인 제71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박성현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장(파72·6천784야드)에서 끝난 US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를 기록하며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미국 무대에 정식 진출하지 않은 박성현의 이런 활약은 캐디가 외국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박성현은 미국 대회에서는 제프 킹에게 캐디 백을 맡긴다.

박성현과 킹은 이번 대회에서 네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문제는 둘이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킹은 한국어를 모른다.

박성현도 영어로 말하지 못한다.

박성현은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너무 안 돼서 힘들었다.

샷을 하고 나서 걸어가는데 한마디도 말을 주고받지 못하니 답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점점 익숙해졌다.

그는 "이번 대회 들어서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됐다.

이제는 나도 캐디한테 적극적으로 물어본다"고 말했다.

둘은 언어장벽을 극복할 의사소통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그림'이다.

킹은 폭스스포츠와 한 인터뷰에서 "박성현과 영어로 의사소통하지는 못하지만, 그녀는 골프 이야기는 이해한다.

골프코스가 그려진 수첩을 꺼내 어느 방향으로 몇 야드를 쳐야 하는지 숫자와 화살표로 표시하면서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부연 설명이 필요할 때는 손짓으로 표현했다.

그는 "박성현은 현재 한국 최고의 골퍼다"라고 소개하면서 "그와 호흡을 맞추는 데 언어장벽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폭스스포츠는 "박성현과 킹은 같은 언어를 말하지는 못했지만, 이 대회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고 주목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