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스스로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21개월 만의 복귀전 상대로 골랐다.

복귀전도 친숙한 홈그라운드에서 펼쳐졌으나 류현진에게는 단순히 편안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8피안타를 내주고 6실점 했다.

실망스러운 복귀전을 낳은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먼저 류현진의 구속을 들 수 있다.

류현진은 2013~2014년 평균 90~92마일의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4가지 구종으로 통산 28승(15패)을 수확했으나 어깨 수술의 여파로 다른 변화구의 위력을 키우는 직구 스피드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류현진은 마이너리그에서 총 8차례 선발 등판했는데, 마지막 등판에서 91마일을 찍은 것이 최고 구속이었다.

류현진에게 올 시즌은 떨어진 구속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깨 근력을 키워 명예 회복을 하는 것은 내년 이후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번 복귀전은 류현진이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조금씩 투구 감각을 키워나가야 하는 과정이 돼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류현진에게는 압박 그 자체였다.

다저스는 앞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3연전에서 불펜진이 19⅔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전날에는 14회까지 가는 연장 승부가 펼쳐지면서 불펜진의 소모가 극에 달했다.

다저스 불펜진에서 전날 등판하지 않은 투수는 페드로 바에스뿐이었다.

불펜진 8명 중에서 6명이나 전날 투구 수 20개 이상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이날 복귀전에서 투구 수 90개 안팎으로 길어야 5~6이닝을 소화해주면 최선이었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팀의 어려운 불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대한 긴 이닝을 버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전날 14회 연장 승부 탓에 야수진의 집중력 저하는 눈에 보일 정도였다.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는 낙구 지점을 잘못 판단해 잡을 수도 있는 타구를 3루타로 만들어줬다.

전날 7타수 6안타 맹타를 휘두른 리드오프 체이스 어틀리가 이날 하루 휴식을 취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것도 아쉬웠다.

류현진은 어려운 팀 사정과 집중력이 떨어진 야수진, 숨죽인 타선 속에서 외롭고 힘겨운 투구를 이어가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