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만에 출격하는 류현진 "(구위는) 수술 전과 비슷"
"빠른 볼 속도가 관건…1∼2회에 경기장 분위기 익혀야"


'괴물' 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드디어 마운드에 오른다.

미국프로야구 다저스 구단의 공식 발표에 따라 류현진은 현지시간 7일 오후 7시 10분(한국시간 8일 오전 11시10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서 21개월 만에 빅리그 선발 등판 경기를 치른다.

류현진은 지난해 5월 관절경 수술로 왼쪽 어깨 관절 와순을 복원했다.

다저스 구단 관계자뿐만 아니라 야구팬 모두의 관심은 류현진이 과연 수술 전처럼 똑같이 위력적인 투구를 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구단의 공식 발표 전이라 4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 전 만난 류현진은 복귀전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수술 전과 큰 차이 없을 것"이라며 짧게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류현진의 말을 통한 관전 포인트를 정리해본다.

◇ "수술 전과 (구위가) 비슷할 것이다" = 류현진은 최고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볼과 우타자 바깥쪽에 떨어지는 체인지업, 좌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예리한 슬라이더, 그리고 낙차 큰 커브 4개 구종을 앞세워 2013∼2014년 2년간 다저스에서 통산 28승을 수확했다.

수술 후 만 1년이 지난 5월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재활 등판을 시작한 류현진은 구속을 올리고 투구 이닝과 투구 수를 늘림과 동시에 제구력을 가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변화구 각도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타를 허용하지 않도록 낮게 던지는 게 주된 목표였다.

싱글 A와 트리플 A를 오가며 던진 8경기에서 류현진은 빅리그에서도 변화구를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수술 전보다 크게 나빠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충분히 예전 기량을 선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다만, 빠른 볼의 속도와 무게감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빠른 볼의 평균 구속이 140㎞대 후반을 유지해야 변화구의 위력이 살아나는 이상, 류현진이 복귀전에서 빠른 볼을 얼마나 균일하게 던지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류현진은 모처럼 빅리그에서 던진다는 설렘이 구속 증가에 분명히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투구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마이너리그 경기와 달리 공 하나에 경기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는 빅리그의 긴장감이 복귀전 투구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읽힌다.

◇ "경기 당일 봐야겠지만 지금은 평상시와 비슷해요.

" = 좀처럼 떨지 않는 '괴물'도 팬 모르게 다리가 떨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무표정한 평정심의 대가 류현진도 2013년 빅리그 데뷔전에서 혼쭐이 났다.

강력한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고 3실점(1자책점)해 패배의 쓴맛을 봤다.

훗날 류현진은 익숙지 않은 빅리그 경기 분위기에 당황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다양한 '큰 경기'에서 경험을 쌓은 류현진이 흔들린 것이다.

여러 차례 섰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의 마운드에서 승수 쌓기의 제물로 여겨온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르지만, 4만 명 이상의 관중 앞에서 치르는 21개월 만의 빅리그 실전 등판이라는 점에서 변수는 많다.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가려면 1∼2회에 서둘러 경기 분위기를 익혀야 한다.

◇ "같이 재활하던 선수가 승리해 기분 좋았다.

함께이길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 = 팔꿈치 인대를 접합하는 토미 존 수술을 한 우완 브랜던 매카시가 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5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로 복귀 후 첫 승리를 따내자 류현진이 보낸 반응이다.

어깨를 수술한 류현진과 팔꿈치에 메스를 댄 매카시는 1년 이상 구슬땀을 함께 흘린 '재활 동기'다.

그런 매카시의 모습을 보고 류현진도 7일 샌디에이고와의 복귀전에서 승리를 기대한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5.5경기 뒤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다저스는 매카시와 류현진의 가세와 함께 본격적인 반등을 노린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 마에다 겐타, 스콧 카즈미어 삼총사가 다저스의 올해 선발 투수진을 이끌어왔다.

허리 부상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한 커쇼는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던지지만, 그의 뒤를 이을 확실한 2선발 투수가 없어 다저스의 고심이 크다.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를 믿어선 안 된다'는 속설이 있긴 하나 다저스는 선발 경험이 풍부하고 검증된 매카시와 류현진에게 기대를 건다.

두 투수의 성적에 따라 다저스의 지구 역전 1위와 가을 잔치 출전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지난해를 통째로 쉬고 올해 잭 그레인키(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빠진 다저스 선발진의 현주소를 목격한 류현진은 팀 승리에 힘을 보태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100% 회복하기 전까지 빅리그에 오지 않겠다며 완벽한 재활에 몰두해 온 류현진이 복귀전부터 하나씩 그 결과를 보여줄 참이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