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빅챔피언십 효과 기대 이상…K골프산업 위상 세계에 알렸죠"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잘될 줄은 기대도 못했어요. 3년 뒤 볼빅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설렙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볼빅챔피언십을 치른 국산 골프공 브랜드 볼빅의 문경안 회장(사진)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목소리와 눈빛은 그런 기색과는 사뭇 다른 얘기를 담고 있었다. ‘큰일을 성공적으로 치른’ 최고경영자(CEO) 특유의 자부심과 기대감이다.

대회장이 있는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돌아온 직후인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대회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잠을 설칠 정도로 걱정했는데 거짓말처럼 첫날 새벽에만 비가 쏟아졌다”며 “운도 따라줬다”고 말했다. 그린이 부드러워지면서 성적이 더 잘 나왔고, 갤러리도 늘었다.

볼빅이 국산 골프용품 업체로는 처음 미국 본토에서 LPGA투어 대회를 창설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우려가 많았다. “매출 300억원대 중소기업이 ‘오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사실 기대 반 걱정 반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치열해진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더라고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자’는 심정으로 부딪혀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태국의 골프 영웅’ 에리야 쭈타누깐(21)이 투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란 ‘신화’를 쓴 덕에 효과가 증폭됐다.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볼빅챔피언십은 약 120개국에서 최소 1000만명이 시청했다는 게 LPGA와 중계사인 골프채널의 분석이다. 미시간주는 이번 대회가 약 2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 것으로 추산했다. 나흘간 갤러리 4만여명이 다녀갔다.

후원사 볼빅의 브랜드 노출 효과는 객관적으로 추산하기 힘들다. 분명한 건 투자 효율, 요즘 유행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치면 ‘대박’에 가깝다는 점이다. “LPGA 대회를 3년간 개최하려면 120억원 정도가 듭니다. 이 비용의 약 4분의 1로 대회 타이틀 네이밍권을 따냈으니 성공한 셈이죠.”

5년간 다져놓은 LPGA와의 돈독한 관계가 ‘가성비 대박’의 뿌리다. 볼빅은 웬만한 대기업도 후원을 꺼리는 LPGA 2부투어(시메트라투어)를 2011년부터 후원하며 신뢰를 쌓았다. 벌써부터 ‘LPGA 효과’가 감지된다. “귀국하자마자 미국 법인에서 주문이 밀려든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설마 하던 대회가 진짜로 열리니까 현지 고객이 거래할 만한 곳이라고 판단했나봅니다.”

마침 글로벌 전략 상품으로 현지 시장에 내놓은 무광택 컬러볼 ‘비비드’의 인기가 겹쳤다. LPGA 대회 효과까지 감안하면 올해 미국 매출이 지난해의 3배가량인 1000만달러(약 118억7500만원)에 근접할 것 같다는 게 문 회장의 기대다. 이미 5월까지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으니 ‘장밋빛 미래’라고만 할 수도 없다. 이 덕분에 올해 볼빅의 전체 매출도 5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322억원)보다 60%가 늘어나는 셈이다.

‘골프 치는 기술만 발달했다’는 한국에 골프용품산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린 것만도 큰 수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LPGA에 진출한 한국 선수와 교민의 진심 어린 격려에 여러 차례 울컥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문 회장은 “한국은 미국에서 돈만 벌어간다는 이미지가 있었는지 교민들이 대회 개최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겨줬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할 일이 뭔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도 했다.

볼빅은 대회 개최를 분수령 삼아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의 변신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나이키가 육상 스포츠에서 골프로 영토를 넓혔듯 골프에서 다른 스포츠로 못 가란 법도 없잖아요. 우선 LPGA 선수 30% 이상이 볼빅 공을 쓸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겁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