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에서 티샷하는데 떠들고 맥주 마셔도 된다고?
국내 골프대회에서 갤러리가 맥주를 마시며 큰 소리로 응원할 기회가 처음 마련됐다. 다음달 9일 경기 용인 88CC(파72·6926야드)에서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데상트코리아먼싱웨어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가 그 무대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데상트코리아는 18일 “88CC 15번홀에 설치된 갤러리 스탠드에서 흥미로운 응원전을 벌일 예정”이라며 “선수들이 샷을 하는 도중에도 갤러리가 맥주를 마시면서 즐겁게 떠들며 응원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골프는 관전 매너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포츠다. 선수가 샷을 할 때 다른 선수는 물론 갤러리도 조용히 해야 한다. 이번 대회 15번홀에서는 이런 매너에 예외를 둔다. 맥주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국내에서 전통적 골프 매너를 타파한 첫 사례로, 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을 본뜬 것이다. 피닉스오픈 16번홀(사진)에서는 맥주파티와 고성이 오가는 응원전이 펼쳐진다. 선수들이 좋은 샷을 날리면 환호성을 지르지만, 실수하면 야유를 보내기도 한다. 배짱 좋은 선수들은 샷 실수를 한 뒤 쏟아지는 야유를 능청스럽게 받아넘겨 갤러리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재미 동포 제임스 한(35·한재웅)은 지난 2월 이 대회 16번홀에서 티샷 실수를 한 뒤 팔굽혀펴기 10번을 해 야유 대신 격려의 함성과 박수를 받았다. 그는 앞서 2013년 이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를 잡고 말춤을 추기도 했다. 데상트코리아는 “15번홀(파4)은 길이가 276m여서 장타자라면 한 번에 공을 그린까지 보낼 수 있다”며 “선수들의 샷을 감상하면서 즐겁게 응원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관중이 대회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